일부 보건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등 신종담배가 기존 궐련보다 건강에 덜 해롭기 때문에 이런 담배들로 전환하도록 흡연자들을 유도하여야 하고 담뱃세도 대폭 깎아주자고 주장한다. 담배위해저감을 옹호하는 외국학자들의 입을 빌려 한국의 담배관련 보건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첫째, 대다수의 국가는 담배위해저감이라는 개념을 공중보건학적 정책에 결코 반영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열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를 통한 위해저감 개념을 허구라고 지적하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둘째, 담배위해저감 주장은 담배업계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영업전략에 따른 것이다. 담배회사는 공중보건 전문가를 우호적인 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은밀한 활동을 벌이고 담배업계의 연구비 수혜를 받은 담배 관련 연구자들은 담배업계가 주장하는 위해저감에 대해 우호적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담배업계와 무관한 독립 연구자들은 개인 수준에서의 해로움 평가뿐 아니라 사회집단 전체 수준의 입장에서 다면적으로 평가할 때 신종담배가 덜 해롭다는 주장은 순진한 단순화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검증이 채 되지도 않은 신종담배를 덜 해로운 제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잠재적 위험이 큰 만큼 현 시점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최근 국내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에서 가열담배 단독 사용은 13.4%에 불과하고, 가열담배 사용자의 절대 다수가 기존 담배와 신종담배를 함께 사용한다고 보고하였다. 기존 담배와 신종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의 니코틴 의존도는 단독제품 사용자보다 높았고, 비례해서 정신건강 수준은 열악하였다.
담뱃세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위해저감을 받아들이는 경제학자들은 덜 해로운 담배에는 세율을 낮추어 주자고 강조한다. 그리고 담뱃세에 물가연동을 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는 물가연동한 정도의 담뱃세 인상으로는 국가가 목표로 하는 흡연관련 건강지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 현재 4500원의 담뱃값은 성공적인 흡연규제 국가들에 비하면 너무나 낮다. 그리고 낮아진 세금만큼 신종담배 사용은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그리고 있는 바람직한 사회상이 ‘신종담배 사용자들이 폭증하고 기존 흡연자들은 여전히 많은 멋진 신세계’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입안자들과 정부당국자들, 그리고 온 국민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담배업계와 연구비 수혜자들의 진실왜곡 활동을 감시하여야 할 것이다.
백유진 대한금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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