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AZ 백신 2000만회분 지원으로 ‘백신 외교‘ 시동

“미국이 다른 나라들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같이 밝혀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다. 백신 접종 속도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사회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달리 대다수 국가는 백신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을 두고선 지금으로부터 81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될 것’이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손뼉을 치며 격려하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이 다른 나라들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첫 대상은 요즘 코로나19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는 인도가 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 직전 내놓은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와의 공고한 우호 관계에 따라 긴급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라며 “수일 내에 인도에 있는 협력 기구에 긴급 물품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미국은 이미 주문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2000만회분을 인도에 공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응급환자가 폭증하면서 부족해진 산소공급장치 등 관련 의료장비도 인도에 보내주기로 했다. 미국이 인도에 지원할 백신 등 긴급 물품은 무려 1억달러(약 1110억원) 어치에 상당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쓴 ‘백신의 무기고’라는 표현은 같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 그가 무척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을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유럽 등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12월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지 않은 상태였으나 나치 독일의 공격으로 프랑스 등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하고 영국마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임에 따라 루스벨트는 미국의 참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되겠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다짐은 영국이 주도하는 대독일 전쟁을 위한 전쟁 물자를 미국이 앞장서 생산하겠다는 뜻이었다.
미국은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1941년 12월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하면서 비로소 2차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미국은 엄청난 생산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량의 무기를 생산, 영국과 소련(현 러시아)에 공급하면서 2차대전 승리의 견인차 노릇을 하게 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