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겸직 논란이 불거진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관해 대법원이 "의원직을 유지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무원이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냈다면 그것이 수리되지 않아도 정당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9일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당선무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황 의원이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낸 시점부터 경찰을 그만 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정당 가입과 후보자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53조 4항은 직업공무원이 국회의원 등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직업공무원이 사직원을 내 직무 수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도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을 수리하지 않으면 선거 출마의 자유가 제한된다.
위 법 조항이 90일의 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사직원 수리 지연으로 출마 자유가 제한되는 일을 막기 위함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속 기관장의 사직원 수리시점이 언제인지 또는 그 사직원 수리 지연·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따질 것이 없다"라며 "오직 공무원의 사직원 접수 시점만을 기준으로 후보자등록 가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직원을 제출해 접수된 이후로는 정당 추천 후보자가 되기 위한 정당 가입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헌법질서와 공직선거법 53조 4항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공무원이 사직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은 경우 정당 가입과 후보자 등록이 가능한지에 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인 2019년 5월29일까지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직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아닌 다른 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동시에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은 공무원이 정당 및 정치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제한한다.
황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기 전 지난해 1월15일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황 의원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은 비위 관련 수사를 받는 공무원의 의원면직을 금하고 있는 탓이다.
황 의원의 겸직 논란이 불거지자 경쟁 후보였던 이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냈다. 이후 경찰청은 국회 개원 하루 전 황 의원을 조건부 의원면직 처리했다. 선거개입 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면직 효력이 상실되게 하는 조치였다.
한편 황 의원은 울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첩보를 작성하고 수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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