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인 최승희 명창으로부터 대를 이어 정정렬제 ‘춘향가’를 계승한 모보경 명창의 춘향가가 5월 2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장장 여섯 시간에 걸친 무대가 될 전망이다. 모보경 명창의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무대는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 교수이자 ‘정정렬제 최승희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인 모보경이 이번 무대에서 들려줄 정정렬제 ‘춘향가’는 당대 ‘신식 소리꾼’으로 불리며 현대 창극의 전형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정정렬(1876~1938) 명창이 기존 ‘춘향가’의 장단과 조를 창의적으로 변주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극적 구성과 사설을 새롭게 완성한 소리다. ‘정정렬 나고 춘향가 다시 났다’고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특히 춘향과 이몽룡이 월매 몰래 편지를 주고받으며 첫날밤을 보내는 등 이전의 판소리와 차별화된 장면 구성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당시 자유연애라는 사회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짜임새로, 정정렬 명창 특유의 현대성과 미래지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다양한 부침새(장단의 박에 사설을 붙이는 모양)와 화려하고 정교한 기교를 갖춘 바디(명창이 스승에게 사사했거나 혹은 창작해 부르는 판소리 한마당 전체의 짜임새)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모보경은 김여란-최승희의 뒤를 이어 정정렬제 판소리를 가장 온전하게 전승하며 맥을 이어나가는 중견 소리꾼이다. 서정성이 짙은 그의 소리는 상청과 중․하청이 모두 고르고, 절제되면서도 우아한 성음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무대에서 모보경 명창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 내공과 능숙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을 압도하며, 정정렬제 ‘춘향가’의 진면목을 들려줄 예정이다. 고수로는 조용안․조용수․신호수가 호흡을 맞추며, 판소리 연구가 배연형이 해설을 맡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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