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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이건희 상속세 ‘12조’ 어떻게 내나

입력 : 2021-04-29 06:00:00 수정 : 2021-04-29 07: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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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0년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 5년간 분납
종전 국내 1위, LG 구본무 9000억원
신격호 4500억·조양호 2700억 뒤이어

개인재산·주식배당금 등 통해 재원 마련
30일 신고 납부와 함께 2조 우선 납부
부족분 대출 또는 납세보증서 제출 예상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전세계 상속세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삼성가는 상속세 금액이 큰 만큼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8일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라며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계열사 주식 18조9633억원과 감정가 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총 2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한 금액이다. 나머지 유산에 대한 상속세 1조원을 포함하면 12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국유재산 가운데 가장 비싼 경부고속도로(12조3000억원)와 맞먹는 규모로,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국세청과 재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기업인 중 상속세 1위는 2018년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그의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9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뒤를 이어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4500억원 수준이었다. 2019년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관련한 상속세는 2700억원 규모로 기존의‘톱3’에 포함됐다. 이밖에 2017년 세상을 떠난 이수영 OCI 회장의 유족이 2000억원,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의 유족이 18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각각 납부했다. 2013년 세상을 떠난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유족도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냈고, 2016년 타계한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500억원대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상속세 규모가 커 한번에 납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 신고 납부와 함께 상속세의 6분의 1인 2조원을 납부하고, 나머지에 대해 2026년까지 5년간 분납하는 방식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족들은 이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 일가의 개인 재산과 주식 배당금이 주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연 1조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까지 포함해 총 1조3079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중 상당액이 삼성전자의 배당금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부족한 금액을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대출받거나 주식·부동산·배당금 등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또는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후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와 무관한 삼성SDS등 주식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고세율 넘어 58.2%… “징벌적 상속세 완화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계 최고 부자가 아니었는데도 유족이 12조원을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내게 됨에 따라 재계에서는 ‘징벌적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이 남긴 재산은 약 26조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지분 약 19조원, 미술품 감정 평가액 약 3조원, 부동산과 현금 약 4조원 등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주식은 고인이 최대주주인 경우 평가액의 20%를 할증하고, 자진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58.2%가 적용된다.

 

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고인의 유산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와 소장 미술품 등의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할 때의 모습.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의 제2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 할증(20% 할증)이 적용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실효세율 기준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은 미국 39.9%, 독일 30%, 영국 20%, 캐나다 16.5% 등이다. 호주와 스웨덴은 자본이득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세가 사실상 없다. 자본이득세란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피상속인(사망자)과 상속인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한경연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 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상속세 완화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홍 부총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상속세가 좀 무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접하고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별도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에 三電 주식 몰아 지배력 키울 듯

 

삼성 일가가 28일 공개한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 계획에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좌우할 주식 배분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족 간 주식 배분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족들을 대신해 “주식 배분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지분 분할 내역도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이 회장의 주식 약 19조원은 부인 홍라희 여사가 3분의 1(33%)인 6조3000억원을 갖고, 자녀인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각각 9분의 2(22%)인 6조3000억원씩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실제 법정 비율대로 상속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14년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그의 지배력을 더 높이는 쪽으로 지분 정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전자(0.7%)와 삼성생명(0.6%) 지분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삼성전자를 경영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주식을 몰아주되, 삼성생명 지분은 가족 4명이 나눠 갖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을 혼자 다 받으면 상속세만 9조원에 달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배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삼성SDS 등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현재의 지배구조로도 이 부회장의 총수 체제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상속세 절감을 위해 가족이 삼성전자 지분을 나눠 받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8.51% 가운데 5.51%를 팔아 ‘시가 기준’ 3%로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 고리가 끊기기 때문에 이 회장의 주식 분할을 서두르지 않고 추후 법 개정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지분 분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일가는 이달 30일까지 상속 재산을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분할 비율은 추후 결정해 수정 신고할 수 있고 별도의 시한은 없다. 상속세 역시 ‘연대납세’ 의무에 따라 유족 간 지분 비율이 사전에 결정되지 않더라도 유족 중 누구든지 상속세 총액만 기일 내에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지분 분할을 하지 않더라도 세금 납부에는 문제가 없다.

 

남혜정·박세준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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