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달 습관적으로 충동 구매를 일삼던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겨울까지만해도 옷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손쉽게 상품 파악이 가능하고 구매 결제까지 이어지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A씨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몇 개만 둘러봐도 최신 패션 트렌드가 간편하게 읽혀 구매가 편리하다,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 패션 커머스가 3세대에서 4세대로 진화하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특징을 보이던 패션 시장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제품을 추천해주는 부분으로까지 발전했다. 또 간편한 통합 결제 시스템으로 주문과 구매, 결제의 과정을 대폭 축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 감소하는 등 패션업계가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이런 강점을 지닌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은 나홀로 고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무신사 1조2000억원, 지그재그 7500억원, 에이블리 3800억원, W컨셉 3000억원, 브랜디 3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외출에 제한이 생기며 ‘새 옷을 살 일이 없다’지만 온라인 패션 플랫폼만큼은 예외인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거래액 기준 업계 1위로 꼽히는 무신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51% 증가한 331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무신사는 4월 기준 840만 회원과 60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여성 패션 브랜드 스토어 ‘우신사’를 론칭해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세에 패션 플랫폼을 품에 안으려는 유통업체들의 전략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W컨셉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카카오는 거래액 기준 업계 2위를 기록한 지그재그와 손을 잡아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여성 패션 플랫폼 2위 기업인 ‘29CM’가 매물로 나와 유통업계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CJ오쇼핑과 무신사 등이 인수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유통업계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인수를 감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진출이 쉽지 않은 패션 분야에 이미 다수의 충성고객을 확보한 패션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따른 것이다.
더불어 패션 플랫폼 기업들의 주요 소비자가 MZ세대라는 점과 코로나19 이후에도 패션 플랫폼의 성장세가 꾸준하다는 점 또한 큰 이유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향후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데이터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꼭 필요하다”며 “패션 상품은 다른 상품군과 달리 디자이너 인력이나 브랜드 명성, 유행의 민감성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는 플랫폼들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달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와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를 앞서며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 순위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MZ세대들의 주요 소비 플랫폼으로 떠올랐을까.
앞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정판 및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뒀다. 자체 룩북과 스타일링 방법, 브랜드 스토리 등 콘텐츠를 활용해 단순히 옷을 파는 ‘의류 쇼핑몰’이 아닌 패션에 대한 관심사를 확립시키는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차별화 요인이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대기업과 손을 잡은 패션 플랫폼 기업이 앞으로 패션 산업의 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추측했다. 유통과 IT 방면에 강세를 보이는 대기업의 노하우와 패션 플랫폼 기업의 빅데이터가 만나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패션 플랫폼에 가입한 500개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점 효과 대비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59.4%로 측정됐다. 이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내 입점 브랜드의 수수료 문제로 최근 ‘백화점과 맞먹는 수준의 수수료’라며 화두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입점 업체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게 올바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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