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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권위주의 vs 美 기술 민주주의… 불붙는 국제표준 전쟁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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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1 16:00:00 수정 : 2021-05-01 16: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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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기술 패권 다툼 격화

中, 서구 베끼기 넘어 시장 주도 박차
5G 기술, 美 국가안보 위험요소로 부상
화웨이 ‘디지털 실크로드’ 견인 첨병 역할
첨단기술 분야 국제기구 내 영향력 확대
‘디지털 권위주의’ 전 세계 확산시킬 수도

美, 반중연대 구축 中 고립시킬 구상
CIA국장, 中 ‘가공할 권위주의 적국’ 규정
동맹과 기술협력 내용 ‘전략 경쟁법’ 통과
민주적 가치 중시하는 국가로 대상 명시
‘전략적 경쟁법안’ 협력국에 한국은 빠져
지난달 24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중국 우주 콘퍼런스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들이 중국이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로켓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난징=신화연합뉴스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보기술(IT) 특성상 경제와 안보는 분리되기 어렵다.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용으로 처음 개발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대표적 사례다. 원래 유도미사일과 미사일 방어용으로 사용됐던 기술인 GPS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 민간 부문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중국이 미국의 GPS 기술에 맞서 추진한 베이더우(北斗)는 2019년 12월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전 세계 160개국에서 이용되며 미국의 GPS를 압도한 상태다.

기술 개발 주기는 더욱 빨라졌고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 우주기술이나 양자컴퓨팅 등 각종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과 확실한 패권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간 치열한 싸움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美 NSC “中 5G기술은 美 국가안보 위험요소”

2018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서는 중국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력이 미국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5G 기술 의존도가 증가할수록 미국의 국가안보도 그만큼 더 큰 위협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기존 통신망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망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적 토대를 이루는 기술이다.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5G 시장의 강자이자 이른바 ‘디지털 실크로드’를 견인하는 첨병이다. 화웨이는 파키스탄에서 출발해 동아프리카 각국을 연결하고 프랑스에서 끝나는 총연장 1만5000㎞에 이르는 해저 광케이블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인데 올해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웨이는 제3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중국아프리카연구소(CARI)에 따르면 화웨이는 아프리카 23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아프리카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당시 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기술표준 주도권 확보 나선 중국

그간 세계의 기술표준을 주도한 국가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권이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이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각종 국제기구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4곳의 국제표준화 관련 국제기구 수장을 중국인이 맡고 있다.

중국은 서구 기술을 빠르게 베끼는 수준을 넘어 이제 국제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무인 차량, 스마트 시티,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미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이 새로운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표준을 설정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중국표준 2035’ 계획을 통해 중국식 ‘디지털 권위주의’ 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디지털 권위주의란 국가가 통제하는 폐쇄적 인터텟망 운영을 통해 검열을 강화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및 공유를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기술 권위주의 vs 기술 민주주의”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의 중국식 세계 표준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중국이 자국민 통제와 감시에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데 대한 반감이 깔린 데다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의 특성상 기업과 첩보기관이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한 국영 전화회사 교환원이 미국인 사용자들을 감시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중남미 에콰도르부터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감시 기술을 도입한 국가의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로부터 감시를 당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아나폴리스=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올해 1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이런 모습을 일컬어 ‘기술적 권위주의 체제’라고 규정했다. 블링컨 장관은 당시 “중국의 경제적 자유화가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가장 큰 도전이자 위협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표준과 기준을 정하는 세계 주도국이 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월 중국을 ‘가공할 권위주의 적국’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향후 국가안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번스 국장은 당시 상원 정보위 인준청문회 증언에서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에 맞서) 가공할 권위주의적 적(敵)이 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美, 동맹과 함께 反中연대 구축 행보 가속화

미국은 ‘기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를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얼마 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2021 전략적 경쟁법’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과학기술, 글로벌 인프라, 디지털 네트워크 등을 총망라해 기술협력을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 280쪽 분량의 이 법안엔 국무부 내에 ‘기술협력국’을 설치해 선진 기술을 보유한 전 세계 민주국가들과 기술정책 협력 관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계획이 적시돼 있다. 새로 설치되는 기술협력국의 목적은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와의 기술협력 관계 구축을 포함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의 가치란 법규범과 표현의 자유, 인권 중시, 신기술의 책임 있는 개발·사용 및 규범과 표준 정립, 중앙정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 개방형 인터넷과 상호 운용이 가능한 기술 제품·서비스 진흥,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자간 협력 등을 포함한다.

◆“美, 민주주의 국가와 기술동맹 맺을 것”

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기술협력 대상으로 명시한 점이다. 기술협력국은 기술 이전, 원천기술 보호, 보조금 정책 등에 관해 동맹 간 조율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특히 ‘기술동맹’은 민주주의 국가, 선진화된 기술경제 국가, 안보·정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이 가능한 국가를 대상으로 제한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디지털 독재주의’를 언급하며 분명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자 또는 다자 간 디지털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과 기술 디커플링’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일본, 대만, ‘파이브 아이즈’(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 연합체)와 그 외 적절한 국가들로 대상을 명기하고 있는데 한국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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