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팔 마비 치료법 거의 없어…장치 개발로 치료 가능성 열려

뇌졸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팔 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신경 자극 장치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현재는 뇌경색 후 마비된 팔 기능 회복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거의 없지만, 이번 장치의 개발로 치료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24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소재 생명공학 기업인 마이크로트랜스폰더(MicroTransponder) 사가 개발한 신경 자극 장치가 미국과 영국의 급성 뇌경색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이 기기는 ‘비비스팀’(Vivistim)이라고 명명됐으며, 크기는 성냥갑만 하다. 이 기기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 뇌로부터 복부로 내려가는 길목인 목에 심는다.
미주신경은 12개의 뇌 신경 가운데 하나로, 뇌에서 시작해 경부와 흉부를 거쳐 복부에 이르는 분포 범위가 가장 넓고 길고 복잡한 말초신경이다. 심장 리듬, 체온, 혈압 등 신체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USC) 의대 신경회복센터의 찰스 류 박사와 영국 글래스고 대학 의대 뇌졸중 전문의 제시 도슨 교수 연구팀은 뇌경색 후 중등도 내지는 중증 팔 마비가 나타난 영국과 미국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이 미주신경 자극 장치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에만 미주신경 자극 치료를 시행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물리치료를 두 그룹 모두 받았다.
미주신경 자극 치료 그룹은 첫 6주 동안은 병원 외래에서 치료를 받고 그 후 90일 동안은 자가 치료를 계속했다.
그 결과 47%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반응이 나타났다. 미주신경 자극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은 24%에 그쳤다.
미주신경 자극 치료 그룹은 강력한 물리치료와 병행했을 때, 물리치료만 받은 대조군보다 효과가 2~3배 더 크게 나타났다.
미주신경 자극 장치는 전신마취 아래 기관지를 둘러싸고 있는 윤상 연골(cricoid cartilage) 주변의 목 부위를 수평으로 절개하고 심는다.
이 장치는 환자가 집중적인 재활 물리치료(intensive physical rehabilitation)를 받을 때 전기 펄스(electric pulse)로 목 왼쪽으로 내려가는 미주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때 환자는 목에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이는 시간이 가면서 점차 사라진다.
미주신경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는 뇌 부위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물리치료 때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뇌 운동을 ‘재학습’(re-learn) 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주신경 자극 치료의 작동 메커니즘은 미주신경 자극 장치에서 방출되는 전기 펄스가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들어간 뒤 뇌간(brainstem)에 있는 신경세포체인 고립로핵(nucleus tractus solitarius)을 거쳐 두 곳의 특정 뇌 부위에 전달된다.
이 뇌 부위들이 전기 신호를 받으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되고, 이 신경전달물질은 환자가 받는 물리치료의 ‘적절성’(relevance)을 높여준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에 의한 근육운동과 동시에 미주신경이 자극되면 뇌의 신경회로가 강화되면서 환자는 차츰 팔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약 80%는 팔이 마비되며 이 중 50~60%는 6개월이 지나도 마비가 풀리지 않는다. 현재는 뇌경색 후 마비된 팔 기능 회복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거의 없다. 강력한 물리치료가 최선의 선택이다.
이 새로운 미주신경 자극 장치의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이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주신경 자극은 우울증, 간질, 이명, 심장질환, 비만 등의 치료법으로도 시도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