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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저출산… 소멸 위기 지방정부 ‘초광역화’로 돌파구 [이슈 속으로]

입력 : 2021-04-18 15:00:00 수정 : 2021-04-18 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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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연합 ‘메가시티’ 명암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 출범 추진
박형준·김경수 ‘혁신지역 만들기’ 손 잡아

충청권 4개 시·도 ‘광역교통협’ 통해 공조
대구·경북은 행정통합 위해 활발한 논의

대구·경북 행정통합 찬반 오차범위 팽팽
경북도청 이전 북부지역 반대 여론 높아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 놓고 첨예한 대립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답보 상태 빠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운데)가 지난 14일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부울경 메가시키 조성의 지표가 될 ‘동남권 발전계쇡 수립 공동연구’ 결과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한다. 2019년보다 수도권 인구와 비중 모두 늘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졌다.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전국 기초지방정부 228곳 중 105곳인 46.1%가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정부들은 이러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인접 지역과 경제·행정을 통합하는 ‘초광역화’를 통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실효적인 광역연합 구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광역연합·행정통합 통한 ‘메가시티’ 구축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 부산과 울산, 경남이다. 부산·울산시와 경남도는 내년 상반기 3개 시·도의 특별연합인 ‘동남권 메가시티’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내년 상반기 설립될 특별지방자치단체(가칭 동남권 특별연합)의 상징적 이름이다. 동남권이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별연합은 3명의 단체장 가운데 1명이 겸임하는 동남권 특별연합장과 기존 의회에서 할당된 의원을 파견해 구성하는 동남권 특별연합의회(의원 20명 내외), 집행기구인 사무처로 구성된다. 예산과 조직편성권 등을 가진 실행력 있는 기구로, 3개 시·도로부터 위임받은 관광·교통·문화·경제 분야 광역사무를 처리한다.

울산시 정책기획실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각 고유사무를 하고, 특별연합이 광역사무를 하는 방식이어서 모든 지자체가 1개의 행정기관으로 합쳐지는 행정통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울·경은 14일 동남권 메가시티의 지표가 될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결과를 내놨다. 1시간 생활권을 기반으로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이들 도시의 거점인 부산·울산·창원·진주를 중심으로 뭉치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중소도시를 연결하면서 확장 가능한 도시 간 광역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을 위해 김경수 경남도시자와 손을 잡았다. 박 시장은 16일 박 시장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부산미래혁신위원회의 초청으로 이뤄진 김 도지사의 특강에 앞서 “동남권 메가시티는 수도권으로 돈과 인재가 몰리는 블랙홀 현상을 막고, 대한민국 경쟁력의 큰 허브는 물론 아시아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부·울·경이 중심이 돼 다극 체제로 선도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화답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남권 메가시티 조성 등 부울경 현안에 대해 초당적 협치를 약속했다. 부산시 제공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광역교통협의회’를 통해 광역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으로 메가시티 조성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11월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달 5일엔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4개 시·도가 충청권 광역철도망과 충청산업문화철도 구축, 초광역 자율주행 자동차특구, 실리콘밸리 조성 등 공동사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19년 12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출연한 정책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연구단’이 만들어지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연구단은 전문가·연구진 회의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구상안’을 내놨다. 산업경쟁력 약화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실함과 위기감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구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통합하는 안은 대구 8개 구·군과 경북의 23개 시·군은 그대로 두되, 대구경북특별자치도와 대구 8개 구·군 사이에 ‘대구특례시’나 ‘대구행정시’를 두도록 하는 안이 제안됐다. 현재 권역별 TV토론회와 세미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행정통합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의 의견을 모아나가고 있다.

◆이해관계 따른 갈등은 ‘한계점’

여러 도시를 하나의 경제·행정을 묶는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각 시·도의 이해관계가 다른 때문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경우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론화위가 지난달 시행한 1차 여론조사 결과에선 찬성 40.2%, 반대 38.8%로 찬반 의견이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나뉘었다. 특히 2016년 경북도청이 옮겨간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신도시가 건설돼 개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행정통합이 자칫 대구 집중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동시의회와 안동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일 경북도청 동문과 서문 일대에서 출근길 피켓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 서명식'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시와 전남도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 논의는 올 들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2개 시·도는 1년간 용역과 6개월의 검토·준비를 거쳐 공론화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내용에 공감했다. 그러나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의 골을 드러내면서 행정통합도 표류했다. 광주시는 두 공항을 함께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남도는 민간공항만 따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개 시·도는 공항 이전 해법을 정부협의체를 통해 모색하기로 겨우 뜻을 모았지만, 행정통합을 위한 연구용역 진행은 요원하다. 당초 2개 시·도는 각각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행정통합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최근 전남도가 관련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한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광역연합 추진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는 실효성 있는 광역연합 등을 위해서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광역협력사업을 발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광역연합이 광역협력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자치단체나 행정통합이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을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자치단체 구성이나 행정통합에 있어 재정배분, 예를 들어 보통교부세를 부·울·경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 문제가 있는 만큼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달 중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중심이 된 범정부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8월까지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오후 부산 부전역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해 송철호 울산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및 행정공동체 조성 방안을 보고받고 있다. 뉴스1

◆“지역 특성에 맞는 광역협력사업 발굴 필수”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도시.’

 

초광역도시인 메가시티를 정의하는 말이다. 지역 균형 뉴딜이 현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초광역도시 정책을 중점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초광역도시를 제대로 꾸리려는 실행전략이다. 두루뭉술하게 광역자치단체를 한 지역구로 묶어 특별연합을 마련한다는 선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광역자치단체의 초광역도시 구축은 중앙정부가 주도한 과거와는 달리 지역 스스로 자립적인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광역연합이 초광역도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초광역도시를 제대로 꾸리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광역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광역교통망 구축과 지역 산업육성,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외국 특별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통합사례를 참고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광역연합형 특별지방자치단체 도입방안 연구서’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초광역도시의 사례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립목적은 일부 국가의 기초자치단체의 행·재정 능력의 보완이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유사성을 보인다.

 

광역행정에 대한 효율적 핵심을 목적으로 두고 이 외에 전문적인 사무의 처리나 정치적인 이유 등이 국가에 따라 초광역도시의 설치 근거가 됐다.

 

특히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먼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이 지방자치법에 근거 규정을 두는 유형이고,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개별법을 따르는 경우다.

 

또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처리하는 사무는 국가의 설립목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광역 사무가 주된 대상이었다. 전기와 가스, 지역계획, 교통, 소방, 쓰레기 처리 등이 대표적이다.

 

송양호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한 지역으로 도시의 기능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지역 균형 발전을 행정 개편의 기반으로 한 독일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광역시에 들지 못한 지역은 초광역도시에서 제외될 수 있어 소도시의 특징을 살린 재정적 뒷받침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울산·안동·청주=이보람·배소영·윤교근,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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