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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수사 첫발도 못 떼고… 공수처 ‘좌충우돌 3개월’

입력 : 2021-04-11 19:10:54 수정 : 2021-04-11 22: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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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관용차 특혜 조사 논란
‘거짓말 의혹’ 김진욱 고발까지
檢과는 이첩사건 기소권 갈등
법조계 “조직 내실 다지기 시급”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기보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올해 출범한 지 석 달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공수처가 내부 체제 정비가 안 돼 국민적 관심사인 ‘1호 수사’는 손도 대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대한 기소권을 두고 검찰과 권한 다툼을 벌이거나 ‘이성윤 특혜 조사’ 의혹에까지 휩싸이면서 신뢰에 큰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엎친 격으로 김진욱 공수처장까지 고발을 당한 처지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사 등 수사 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검경과의 권한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사건·사무규칙이 확립될 때까진 수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총 837건이다. 출범 석 달도 되지 않아 800건 넘는 사건이 몰렸지만, ‘1호 수사’ 개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공수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크게 거짓말 논란과 수사 인력 부족 두 가지다. 조직 외부적으로 보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신뢰에 치명상을 입은 점이 뼈아프다. 공수처는 지난달 7일 이 지검장을 면담할 때 김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자 “면담 당시 공수처에는 청사 출입이 가능한 관용차가 2대 있었는데, 그중 1개는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체포 피의자 호송용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호송용 차량에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한 개조 작업이 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지검장을 ‘특혜 조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는데, 거짓 해명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서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이 김 처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하면서 공수처는 출범 3개월 만에 조직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뽑기로 했던 23명의 검사 중 21명(부장검사 2명·평검사 19명)만 최종 선별한 점도 향후 수사력에 의문을 품게 한다. 당초 4명을 선발하는 부장검사 자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 자리에 193명이 지원했지만 수사능력 등 자질을 갖춘 지원자가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1호 수사 이전에 조직 내실을 먼저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수사 사무규칙을 꼼꼼히 마련하고, 선발한 검사·수사관들에 대한 교육을 마친 뒤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식으로 조직이 준비될 때까지는 관련 사건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이첩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면 이런 사태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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