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사진) 전 동양대 교수가 4·7 재보궐 선거에서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것과 관련해 “오세훈 대신 ‘막대기’를 출마시켰다면 표차는 더 컸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8일 신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선거는 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라,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성격이 짙다는 데서 이렇게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대선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선의 경우 유권자들은 그저 과거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는다. 이를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 오류를 철저히 반성하고, 당의 체질을 과감히 바꾸고, 무엇보다 낙후한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패해도 참 더럽게 패했다”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이 ‘중도층’을 깡그리 무시한 채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하는 정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문제 제기, 애정 어린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만 받아들였다”면서 “그러니 오류는 교정되지 않은 채 누적되고, 그러다가 구제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라면 표차라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고 죗값을 치르는 마음으로 되도록 깨끗한 선거전을 벌였어야 한다. 그런데 끝까지 이겨보겠다고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를 시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국민의힘이다.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메모지가 바람에 떠밀려 벽에 간신히 붙어 있는 것에 가깝다.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게 굴면, 민주당은 보란 듯이 다시 회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비판을 했는데,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생태탕. 집권여당 전체가 달려들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됐으니까”라고 비꼰 대목이 그것이다.
또 그는 이날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남일보 주최 강연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인 김어준씨를 겨냥해 “음모론자가 하는 방송을 두고 집권당이 당 차원에서 밀어주고, 후보까지도 덤벼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바로 김어준”이라며, “민주당은 (제가)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면 공격으로 인식한다. 제가 칼럼을 50꼭지를 썼는데 그걸 공격으로만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을 향해선 “제가 쓴소리 많이 했고 당에 뇌가 없다고도 했다”면서 “그래도 그 당은 이야기를 들어주더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5·18 사과하고 두 대통령에 대해 사과했다”면서 “지지자들은 유세장에 태극기를 들고 오지 않았다. 내가 비판하면 들어주고 때로는 반성했다”고 좋게 평가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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