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턱·점자블록 부재 등 큰 불편
시, 교통약자 위해 4년간 시설정비 계획

장애인들이 서울시내를 이동할 때 보도 100m마다 4.4건의 보행 장애물과 마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행약자들은 높은 횡단보도 턱과 점자블록의 부재 등으로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었다. 특히 보도에 설치된 자동차진입억제용 말뚝이 이들의 자유로운 보행을 크게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시 전체 1671㎞ 보도를 대상으로 보행 불편사항에 관한 전수조사 결과 7만4320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시 전역을 강북, 강남으로 나눠 2019년부터 2년간 이뤄졌다. 한국지자체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27명을 포함한 현장조사원 총 52명이 현장을 직접 돌며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낀 곳은 횡단보도였다. 전체 지적사항 중 40.5%(3만114건)가 횡단보도의 턱낮춤, 점자블록 부재에 따른 불편이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횡단보도 진입부에는 휠체어, 유모차 이용자 등이 불편 없이 보행할 수 있도록 단차를 2㎝ 이하로 설치해야 하고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점자블록을 통한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횡단보도의 경사는 기준에 맞지 않았고 점자블록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보도에 박힌 자동자진입억제용 말뚝도 보행약자들의 이동을 크게 제약했다. 지적사항의 35.4%(2만6330건)를 차지한다. 일부 말뚝은 설치기준인 80~100㎝ 높이가 지켜지지 않았고 전면에 점형블록이 설치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말뚝은 충격을 완화하는 탄성 재질을 써야 하지만 일부는 단단한 석재로 설치됐다.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주변에 충돌을 방지하는 점형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19.5%(1만4525건)의 불편사항이 지적됐다. 이밖에 횡단보도의 잔여시간 표시기의 설치기준이 안 맞거나 보행 지장물, 보도블록 파손으로 인한 보도평탄성 문제 등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교통약자 불편사항을 정비할 계획이다. 우선 횡단보도의 턱낮춤과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4년간 보행량이 많은 지역 등 9644개소를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500개 횡단보도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완해 매뉴얼(표준화)로 만들 계획이다. 시가 5년마다 수립하는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도 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킨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이번 조사는 장애인이 보행불편사항을 직접 조사해 체감하는 불편사항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기존 교통약자 이동 편의시설의 유지·관리뿐 아니라 시설물 설치 전인 설계, 시공단계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사항을 먼저 검토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보도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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