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뭄 시달리는 獨·佛, “부럽다” 한숨만 쉬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백신 모범국’으로 통하는 영국이 기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까지 투입한다.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자국민에게 3종류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웃 나라인 프랑스, 독일이 백신 부족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거듭하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의 성과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웨일즈에서 할머니를 돌보는 24세 여성이 처음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이로써 영국이 자국민에 접종하는 코로나19 백신 종류는 화이자, AZ에 이어 3가지로 늘었다. 앞서 영국은 모더나 백신 1700만회 접종분을 주문한 바 있다.
모더나 백신도 화이자, AZ 백신과 마찬가지로 여러 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접종해야 한다. 화이자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이다. 접종 후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무려 94.1%에 이르는 등 아주 우수한 백신이지만, 영하 20도 낸동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등 보관·유통이 무척 까다롭다. 한국은 아직 모더나 백신이 도입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영국은 코로나19에 확진돼 사경을 헤맨 경험이 있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진두지휘 아래 백신 접종을 아주 공격적으로 해왔다. 최근 인도발 AZ 백신 공급 지연 등으로 접종 속도가 느려지고, AZ 백신을 둘러싼 혈전 관련 안전성 우려도 계속 제기되는 등 악재가 겹친 게 사실이다. 당장 지난 5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4만744명으로 2주일 전의 75만2308명보다 급감했다.
물론 여기엔 코로나19 백신을 1차로 접종한 인원이 일정한 기간 경과에 따라 2차 접종에 들어간 영향도 있다. 영국에선 성인 인구의 무려 60%인 3160만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원도 540만명에 달해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크다.

이는 이웃 나라 프랑스, 독일의 암울한 상황과 대비된다. 백신 개발 초창기에 물량 확보 및 신속한 접종에 실패한 프랑스와 독일이 요즘 치르는 대가는 참으로 혹독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379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망자는 20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날 프랑스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무려 8045명으로 영국의 3배를 훨씬 넘었다. 신규 사망자도 398명이나 됐다. 한때 유럽의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독일 역시 영국 앞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1600명가량 더 많은 9600명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거의 1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신규 사망자 역시 232명으로 영국의 11배가 넘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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