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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통과 하루 전 세 모녀 살해한 김태현...가해자 97%가 ‘아는 사람’ [뉴스+]

입력 : 2021-04-07 06:00:00 수정 : 2021-04-07 17: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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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통과…반의사 불벌죄 유지, 피해자 범위 협소 한계

가해자 전·현 남자친구가 50%이상...남편, 직장동료 순 多
감시, 미행에서 시작해 납치·감금, 성폭행, 살인으로 끝나
가락동 스토킹, 60대 식당주인 10년 스토킹 살인사건 재조명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 연합뉴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첫째 딸을 스토킹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스토킹은 그동안 경범죄로 치부됐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폭력성이 심해지고 피해자 주변인물들까지 위협하는 양상을 띄곤 한다. 

 

특히 스토킹은 가해자의 97%이상이 ‘아는 사람’이며 정서적, 신체적, 성적 폭력이 중복적으로 가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스토킹 처벌법은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묻지 않음)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세 모녀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족 등 주변인까지 피해를 당할 수 있음에도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스토커 김태현의 세 모녀 살해사건은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3일 벌어졌다.

 

◆가해자 97.4%가 ‘아는 사람’… 전·현 애인 또는 남편 가장 많아

 

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2013년 312건에서 2015년 363건, 2018년 544건, 2019년 58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스토킹은 가정폭력으로 분류돼 포함되지 않고,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스토킹 피해는 검거율을 기준으로 한 이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부터 2018년 5월 351건의 스토킹 피해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스토킹 가해자의 97.4%는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 전·현 애인이 51.9%로 가장 많고, 전·현 배우자가12.3%, 직장관계자 10.5% 순이었다. 

 

스토킹은 단순히 따라다니고 귀찮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 성적, 경제적 폭력을 수반하는 명백한 범죄다. 특히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상 피해자에 대한 생활 통제부터 살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 유형으로 진화하며 피해를 가중시킨다.

 

정서적 폭력의 경우 ‘감시·미행·반복적 연락’이 317건으로 가장 많고, ‘공포감 조성’ 198건, ‘협박’ 198건 순이며 ‘주변인에 대한 위협 및 폭력’ 92건, ‘자해·자살 협박 및 시도’도 51건이나 됐다.

 

‘손발로 구타’(79건)하거나 ‘힘으로 제압’(47건), ‘흉기로 위협’(20건)하는 신체적 폭력도 적지 않았다. 성적 폭력은 ‘성관계 강요’(46건)가 가장 많고, ‘성적 모욕·비난’(33건), ‘강간’(3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구애로 시작해 살인으로 막 내린 끔찍한 스토킹 범죄들

 

스토킹 가해자 절반 이상이 전·현 남자친구나 남편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교제·동거 중일 때 뿐 아니라 이별 후 집요하게 재회를 요구하거나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감시와 미행으로 시작한 스토킹은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거나, 경찰 등이 짝사랑이나 남녀 문제로 치부하는 사이 그 강도와 수법이 대담해지면서 납치, 감금, 성폭행, 살인으로 치닫기도 한다.  

 

지난 2016년 4월 한모(당시 33세)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 아파트 실외 주차장에서 스토킹해오던 전 여자친구 김 모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사귀는 동안에도 감시와 집착을 일삼았던 그는 3주 전 피해자가 이별을 요구하자 더 병적으로 집착했다.

 

피해자 가족의 집 앞에 수시로 찾아가 감시하고,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한다거나, ‘전 여자친구는 다리만 부러뜨렸는데 이번엔 너와 네 가족을 모두 죽이고 동영상도 유포하겠다’고 전화와 문자로 협박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출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자 아버지가 따라다녀야 할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씨는 출근시간에 헤어진 여자친구의 아파트로 찾아가 기다렸다가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아파트 현관 입구 CCTV에는 비명을 지르며 건물을 빠져나가는 피해자를 쫒아가 주차장에서 흉기로 마구 찌르는 한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현장에는 한씨가 남기고 간 회칼, 과도, 로프, 나일론끈, 염산 등이 발견됐고 그는 이튿날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에서 검찰은 그에게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한씨 측이 우울증 등을 주장하고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선고했던 전자발씨 20년 착용이 제외된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감형 논란이 일었다.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관련 채널A 보도화면 캡처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는 40대 남성 하모씨가 10년간 스토킹한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씨는 지난해 5월 4일 오전 9시50분께 창원시 한 아파트에서 식당 주인 A(60)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초 이 사건은 식당 주인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손님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가해자의 긴 세월 지독한 스토킹 행각이 뒤늦게 밝혀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참다 못해 수신거절까지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남성은 새벽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셀 수도 없는 전화를 걸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창원지법 제2형사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하씨에게 “오랜기간 일방적인 이성적 집착과 사건 전날 목장갑과 흉기를 준비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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