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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노동 사라지고 인간 감성·직관 필요한 일자리로 재편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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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1 14:00:00 수정 : 2021-04-11 08: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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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앞세운 4차 산업혁명
서비스 중심으로 무인화·자동화
생산성 높아지지만 일자리 사멸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환 가속화
국내 근로자 43.2% 실직 전망도

네이버에선 AI 윤리 준칙 만들어
정부도 법·제도·규제 로드맵 발표
인간과 공존 환경·산업 조성 노력
“상생 통해서 전체 일자리 늘어나”

“여러분,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500만장 이상 팔린 비디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주인공인 로봇 마커스는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의 질타와 야유를 받는다. 이 게임은 2038년 안드로이드 로봇들로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미국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에서부터 가사, 비서역할, 각종 컨설팅 등 세상 모든 직업군에 로봇들이 들어온 시대,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자신의 잃자리를 앗아간 로봇들에게 울분을 토해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AI와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은 이제 게임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무인화·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생산성은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 자체는 없어지거나 노동이 파편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역행할 수 없는 흐름, 위협당하는 인간의 일자리

6일 IT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파괴’ 논쟁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직물기계의 발명과 전기·전화의 발명, 석유의 발견 등 산업혁명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될 때마다 일자리 파괴는 노동자들의 공분을 불렀다. 또 20세기 말 인터넷의 등장으로 3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컴퓨터·인터넷·온라인 기반의 정보화 사회가 출현했고 이제는 AI·로봇공학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고용 전망 보고서는 한국 근로자의 43.2%가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및 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중 12.5%는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20년 41.3%, 2025년 70.6%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이 같은 AI시대로의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임금 상승과 비대면 시대의 바람을 타고 키오스크를 비롯한 단순 노동 업무는 기계화 및 AI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인류의 역사와 삶을 바꿨듯이 AI의 발전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 됐다. 단순 노동을 비롯한 일부 서비스 등의 일자리는 당장 사라질 위기다. 과거 농업 분야, 제조업 분야가 차례대로 자동화 과정을 거쳤고, 코로나19와 함께 판매, 계산, 배달 등 서비스업까지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AI시대의 일자리 전환은 역행할 수 없는 트렌드라는 점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나 소비자 교육으로 변화할 수 없는 산업혁명과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4차 산업혁명과 지방세제 및 자동화 등을 연구해온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은 “이 같은 AI시대로의 전환은 역행할 수 없는 트렌드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시대의 도래와 직업의 전환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시대적인 변화이고 트렌드”라며 “과거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 현재까지 기술의 발전과 일자리와 관련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I와 로봇의 시대가 오는 것을 인정하고 일자리와 일자리 간 이동이 가능한 능력을 배양하고 AI를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를 통한 새로운 기회, 인간 중심의 AI로 극복한다

해결책은 인간 중심의 AI 윤리를 적립하고 AI산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AI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 위해 최근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태동하는 AI산업을 위한 윤리 준칙 등이 제정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AI 개발사인 네이버는 서울대와 협력해 네이버 AI 윤리 준칙을 만들고 준수를 다짐했다. 네이버의 AI 윤리 준칙은 모든 구성원이 AI 개발과 이용에서 준수해야 하는 원칙으로 △사람을 위한 AI 개발 △다양성의 존중 △합리적인 설명과 편리성의 조화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보안의 총 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네이버는 학계와의 협업을 통해 AI의 사회적 요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네이버가 AI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업 철학도 고려해 준칙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송대섭 책임리더(이사)는 “네이버 AI 윤리 준칙을 수립해 발표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학계와 계속 협업하고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를 축적하며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향으로 준칙을 더욱 구체화하고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을 위한 AI를 바탕으로 보다 윤리준칙을 구체화해서 인간과 AI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환경과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AI윤리 정립에 나서며 AI와 사람이 함께하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시대 실현’을 목표로 30개 주요 과제로 구성된 인공지능 법·제도·규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기술 확산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융합되면서 AI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늘었다”며 “로드맵으로 AI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 개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낸 ‘미래의 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보편화되는 이른바 ‘로봇 경제’의 출현으로 2025년까지 세계에서 창출될 일자리는 1억3300만개이고, 로봇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수준인 7500만개로 예상했다. 로봇이 기존 노동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새롭고 더 복잡한 노동을 만들어내면서 전체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창배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고객상담, 영업이나 서비스직, 교육훈련 등 인간만이 가진 복잡한 감성과 정서, 직관을 다루는 업무 분야의 경우 일자리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AI는 인간을 능가해선 안 되며 정부, 기업, 민간 모두 인간을 위한 AI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인간을 위한 윤리적인 AI의 개발과 발전을 위한 지원을, 기업은 윤리적이고 안전한 AI의 개발을, 민간은 정부와 기업의 중간자 입장에서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류를 위한 AI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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