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성능만 따질 때 무게에 주력
스마트폰·태블릿PC 등장에 위기감
가벼움 원하는 고객 니즈 귀 기울여
노트북 무게 ‘1㎏의 벽’을 넘어라
회로·배터리 등 부품별로 감량 작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 올라
더 큰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
성능·휴대성·대화면 고루 갖춰 인기
中선 신제품 출시 첫날 완판 기록도

‘무게 980g의 초경량 노트북’
LG전자의 노트북 시리즈인 ‘LG그램(gram)’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기존 노트북의 편견을 깨는 ‘1㎏의 미만의 초경량 노트북’을 선보이며 국내 노트북 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바꿨다. LG그램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노트북 시장이 가격과 성능에 집중했다면, LG그램 출시 이후 노트북 업계 화두는 ‘무게’가 됐다.
노트북은 LG그램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던 2014년 당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새로운 폼팩터인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노트북 시장이 위협을 받았다. LG전자는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태블릿PC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귀를 기울였다. 소비자들은 태블릿 PC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로 ‘스마트폰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면서 노트북보다 가볍게 갖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LG전자는 노트북의 무게를 ‘킬로그램(㎏)’에서 ‘그램(g)’으로 바꿔 보자는 목표 하나로 개발에 착수했다. LG전자의 전략은 주효했다. LG그램은 처음 출시된 2014년 12만5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35만대를 넘어서, 3년 만에 판매량이 3배로 늘었다. 2018년에는 국내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LG그램, 한계를 깬 ‘초경량’의 비밀
LG전자 그램의 첫 모델인 ‘LG그램 13’은 13인치 노트북 가운데 처음으로 1㎏의 벽을 허물었다. 당시 13인치 노트북 기준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 1.3㎏ 안팎의 무게였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20% 이상의 무게를 줄이는 과제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당시 개발팀의 목표는 ‘수백 가지 부품의 무게를 단 1g씩이라도 줄여서 1㎏ 이하로 만들어보자’였다.
LG전자 PC개발팀은 회로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키보드 등 부품별로 팀을 나눠 감량 목표를 두고 개발을 시작했다. 팀 구성원에게 가장 먼저 지급된 도구는 전자저울이었다. 개발팀은 이 저울로 일일이 부품의 무게를 재면서 감량 목표를 맞췄다.
일반적인 노트북의 회로기판은 네모 반듯한 모양이다. 하지만 LG그램의 회로기판은 면적을 최소화하도록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졌다. LG전자는 회로기판에 들어가는 부품과 연결선들을 최대한 한쪽으로 몰아 연결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로기판의 빈공간은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였다. 개발자들은 단 1g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회로기판 설계를 수천 번 되풀이했다.
제품의 외장은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했다. 마그네슘은 당시 널리 쓰이던 알루미늄과 비교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무게가 3분의 2수준으로 가벼웠다. 마그네슘 소재 연구는 그램의 크기와 함께 진화했다. LG전자는 마그네슘에 새로운 신소재를 결합해 카본 마그네슘, 리튬 마그네슘 등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더 얇고 가벼우면서 튼튼한 노트북을 만들 수 있었다.
계열사와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노트북의 덩치 자체를 줄이기 위해 화면 베젤(테두리)의 폭을 최대한 얇게 만들었다. 베젤 폭을 줄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디스플레이의 안정성이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해 얇은 두께에도 안정적으로 디스플레이를 지탱할 수 있는 베젤을 완성시켰다. 화면 크기는 13인치이지만 전체 크기는 11인치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웹캠이 달려 있는 윗면의 베젤을 추가로 줄이기 위해 웹캠을 하단 공간에 있는 모서리 쪽으로 내려 무게를 줄이기도 했다.
배터리의 무게도 줄였다. 가벼우면서 밀도를 높인 LG화학의 배터리도 LG그램에 채택했다. LG전자는 노트북의 각종 사양을 알리는 스티커 무게인 0.2g까지 줄이고자 스티커를 없애고 레이저 빔으로 정보를 새겨 넣기까지 했다.

◆“가벼움은 유지하면서 화면은 더 크게”… 진화하는 LG그램
LG전자는 매년 새로운 LG그램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디자인의 중점은 화면의 크기를 키우면서 가벼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첫 출시 이듬해인 2015년에는 화면 사이즈를 14인치로, 2016년에는 15.6인치로 키우면서도 무게는 980g을 그대로 유지하며 혁신을 이뤄냈다.
LG전자의 인고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2016년 세계 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5인치 노트북’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17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4인치 노트북’,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7인치 노트북’,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6인치 노트북’ 등의 기록을 세웠다.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이라는 자부심에 멈춰 있지 않았다. LG그램이 노트북의 ‘초경량시대’를 개척한 이후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맞추기 위한 조사와 연구에 돌입했다. 소비자들이 사용 과정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배터리’였다. LG마케팅팀이 구매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실제 구매자들은 충전기 없이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8시간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2017년 출시된 ‘LG그램 올데이(ALLDAY)’ 모델은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으면서 또다시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을 주도했다. LG화학과 협력해 탄소나노튜브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 제품은 배터리 용량을 기존 34와트시(Wh)에서 60.6Wh로 대폭 늘렸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24시간 사용이 가능해 충전 없이 기존 LG그램 시리즈보다 11시간 더 사용할 수 있다.
LG그램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온라인상 고객들의 후기를 항상 체크하면서 보완할 점을 고민한다. LG그램17 개발 당시에도 더 큰 화면과 더 단단한 내구성을 가진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소비자들의 의견에 집중했다. 그 결과 17인치 대용량 화면이면서도 1340g이라는 대용량·초경량 노트북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늘어난 ‘언택트’(비대면) 수요를 주도하고자 신제품인 ‘LG그램 16’과 ‘LG그램 360’을 잇달아 출시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활발해지면서 성능과 휴대성, 대화면 3박자를 고루 갖춘 제품을 공개했다.
해외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일본과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 출시국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최고의 대화면 노트북’에 선정됐다. 중국에서는 LG그램 16인치 모델이 출시 첫날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LG전자 PC상품기획담당 황윤희 책임은 “매번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고객 분석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초경량 노트북인 LG그램 16 이외에도 LG그램 360으로 컨버터블 부문을 공략하는 등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앞으로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쓸 땐 랩톱, 영화 볼 땐 태블릿 모드 ‘자유자재’
올해 LG그램의 신규 라인업으로 출시된 ‘LG그램 360’ 14인치 제품을 최근 일주일간 직접 사용해 봤다. LG그램 360은 노트북과 태블릿 모드가 호환되는 ‘투인원(2in1)’이다. 기존 노트북이 180도까지 펼쳐지지만 LG그램 360은 360도까지 회전한다.
LG그램 360의 가장 큰 매력은 초경량·대화면이라는 LG그램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사용의 자유로움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기자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업무시간 중에는 주로 이동 중에 문서작성을 한다. 퇴근하거나 휴일에는 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즐겨 본다. 그렇다 보니 평일에는 문서작성이 용이한 노트북을 들고 다니고, 집에 있거나 주말에는 태블릿을 사용하는 ‘이중생활’을 했다. LG그램 360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제품 하나로 두 가지가 가능했다.
이번 신제품은 기본 랩톱 모드뿐만 아니라 아예 반으로 접는 태블릿 모드, 산 모양으로 세울 수 있는 텐트 모드, 스탠드 모드, 평면 모드로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사용이 가능하다. 유튜브 운동 영상을 틀어 놓고 따라하는 홈트레이닝을 즐기는 기자는 이런 기능이 상당히 유용하게 느껴졌다. 태블릿 기기는 창이 작다 보니 세세한 운동 동작을 따라하는 데 한계가 있고 노트북은 공간활용이 어려웠다. 이 제품을 스탠드 모드로 만들어 좁은 공간을 활용하면서 넓은 화면으로 홈트를 할 수 있었다.
제품은 14인치와 16인치 두 가지다. 일반노트북이 15.6인치, 13.3인치인 데 비해 좀 더 큰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와이드 스크린 비율 16대9가 아닌 16대10 화면비를 제공한다. 일반 제품보다 세로 비율이 조금 더 길다. 영상이나 사진, 문서 편집 시 더 많은 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4인치 기준 무게는 보통 13인치 투인원 노트북보다 가벼운 1250g이다. 배터리도 14인치 기준 72와트시(Wh)로 전원어댑터 없이도 이동 중 충전 걱정 없이 사용이 용이했다.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와콤 펜은 필기할 일이 많은 대학생에게 유용할 것 같았다. 손이나 펜으로 화면을 터치해도 버벅거림 없이 부드럽게 작동했다. 하지만 펜 보관함이 따로 없어서 갖고 다니는 데 번거로움이 있었다.
LG그램 360은 노트북의 본질인 성능 부분도 포기하지 않았다. ‘LG그램 360’은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타이거레이크(Tiger Lake)를 탑재해 기존 제품 대비 데이터 처리속도가 약 20% 빠르다. 인텔의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 아이리스 엑스이(Iris Xe)도 장착해 고화질 영상 작업 및 게임 구동 시 빠른 속도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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