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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 시인 ‘당신은 내 시가 되어’ 출간

입력 : 2021-04-07 03:00:00 수정 : 2021-04-06 16: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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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단한 우리 사회에 위안과 용기와 희망 선사
시집 ‘당신은 내 시가 되어’표지.

정세훈 시인이 코로나19와 부동산 불평등의 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우리 사회에 위안과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시집 ‘당신은 내 시가 되어’(문예원)를 출간했다.

 

소년 공장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 시인이 시단에 나온 이후 현재까지 시집 등을 통해 발표한 시편들 중에서 삶의 동지인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들만 골라 묶었다.

 

가난하고 고단하고 핍진한 삶을 살아가는 영세 소규모 공장노동자가 노동하듯이 온몸으로 지은 가족사랑 시집이다.

 

“한평생/ 흙 위에/ 못 지을 집이라서// 못내/ 서러운/ 맞벌이 아내야.// 내 가슴/ 터 삼아/ 당신의 집 지으라.// 나는/ 당신 위해/ 흙이 되기로 하였나니,// 집 짓거들랑/ 뒤뜰에/ 해당화 심어 놓아,//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 살며시 감추어도 보라.”(‘한평생 못 지을 집’ 전문)

 

정 시인은 “시인이 시를 짓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사랑이 없이 시를 짓는다면 이미 그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세상을 각별하게 사랑하는 존재다. 시인이 시를 짓는 것은 세상을 아파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아픔이 없이 시를 짓는다면 이미 그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세상을 각별하게 아파하는 존재다. 시인이 시를 짓는 것은 세상에 희망을 심기 위해서다. 세상에 희망을 심지 않는 시를 짓는다면 이미 그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세상에 각별한 희망을 심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이어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이 세상을 사랑하기에, 아파하기에, 희망을 심기 위해 이 시집을 펴냈다. 시집에 수록한 시들은 한 편 한 편 지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 시들이다. 다시 호명하여 한 권의 시집으로 묶자니 또 눈물이 나왔다. 나의 이 눈물이, 세상과 독자 여러분께 무한한 희망이 되길 간곡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못 다한/ 내 생生이/ 생을 다 하거든// 아내야/ 고운 눈매에/ 눈물짓지 말아라.// 나 죽어/ 당신 가슴에/ 소르르 누우리니// 눈물 고인/ 그 가슴도/ 버릴 일이다.// 다만,/ 목 놓아/ 불러 보던// 내 흩어진 사랑노래/ 두어 개/ 주워다가// 무덤가의/ 들풀로/ 뿌려 보아라.”(‘못 다한 사랑노래’ 전문)

 

문학평론가인 김익두 전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해설에서 “한 편 한 편 온몸으로 눈물 글썽이며 불러나간, 한 노동자 시인의 소박한 사랑과 아픔과 희망의 노래들이며, 코로나19 시대에 한 시인이 우리에게 촉구하는 21세기 초의 원시반본의 시집”이라고 평했다.

 

정세훈 시인

또한 “시인은 갑자기 우리를 근대 민족시의 출발점인 김소월 시의 순박성으로 다시금 되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런 원시반본을 통해서 이 시인은 어쩌면 21세기 한국시의 새로운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촉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정 시인의 시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다시금 꼼꼼히 되새겨 읽으며 반성해야 할 우리 시대 시단의 한 중요한 실천적 사례의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정세훈 시인은 소년노동자가 되어 소규모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19년 10월 국내 최초로 노동과 노동문학의 참된 가치와 얼을 현대는 물론 후대에 전하고 심어주기 위한 문화예술 종교 민중 노동 법조 등 각계 100여 명이 참여한 노동문학관 건립위원회를 발족, 위원장을 맡아 2020년 8월 15일 건립, 개관했다.

 

열악한 공장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병된 진폐증으로 투병하는 등 온갖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동면’ 등과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그림책동화 ‘훈이와 아기제비들’ 등을 간행했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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