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90도 혹한 견디고 오는 11일 첫 동력 비행 도전
美 나사 “30초간 화성 지표 위 3m 높이 나는 것 목표”

“영하 90도의 혹한이지만… 충분히 견딜 만하다.”
인류가 화성에 보낸 초소형 무인 헬기가 지구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혹독한 추위를 씩씩하게 견뎌냈다. 이 헬기가 화성에서 비행까지 성공하면 인류는 지구 바깥 행성에서 처음 동력 비행체를 하늘에 띄우는 신기원을 이룩하게 된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지구 최초로 동력 비행체를 하늘에 띄운지 꼭 118년 만의 쾌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화성에 보낸 무게 1.8㎏의 초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섭씨 영하 90도까지 떨어지는 화성의 혹한을 무사히 버텨냈다. 인저뉴어티란 영어로 기발한 재주, 재간, 독창성 등을 뜻한다.
나사는 “인저뉴어티가 화성 지표면에서 추운 첫날 밤을 이겨내고 생존했다”며 “인저뉴어티가 화성의 밤을 견뎌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배터리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저뉴어티는 앞서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서 분리된 바 있다. 분리 전까지는 퍼서비어런스에 부착된 상태에서 동력을 공급받아왔으나, 분리 이후에는 자신의 배터리 동력을 가동해 이른바 ‘예제로 크레이터’의 표면에 도착했다. 예제로 크레이터는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곳에 인류가 붙인 지명이다.
나사에 따르면 예제로 크레이터의 밤 온도는 영하 90도까지 떨어진다. 화성 헬기 부품의 동결 또는 균열, 배터리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인저뉴어티의 ‘생존’에 나사가 “첫날 밤을 무사히 넘긴 것은 앞으로의 비행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며 흥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인저뉴어티에는 화성의 혹한을 견뎌낼 수 있도록 내부 온도를 섭씨 영상 7도로 유지하게 하는 발열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나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비행이다. 인류는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첫 동력 비행체 비행에 성공한 이래 지구 바깥 행성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적은 없다. 이번에 인저뉴어티가 화성 지표면에서 부양해 하늘을 훨훨 난다면 라이트 형제 이후 118년 만에 처음 지구 바깥 행성에서 동력 비행체를 하늘에 띄우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나사는 인저뉴어티의 시험 비행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7일 헬기 날개의 고정 장치를 푸는 것을 시작으로 헬기 날개와 구동 모터, 헬기 동체 방향과 각도를 측정하는 장치, 자율비행 장치, 태양열 전지판 등을 차례로 점검할 예정이다. 첫 비행 예정일은 오는 11일이다.
나사 측은 “인저뉴어티 첫 시험 비행에서 30초 동안 3m 높이까지 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후 인저뉴어티는 비행 높이와 시간을 차츰 늘리며 30솔(화성의 하루 단위, 1솔은 24시간 39분 35초) 동안 모두 5차례 비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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