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 증언 공방 등 이전투구
무당층 정치혐오증 심화될 듯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최악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달으며 여야 간 고소·고발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서울·부산시장 후보 진영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제기한 고소·고발 건수는 15건에 달한다. 여기에 보수·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낸 고소·고발을 합치면 20건에 육박한다. 여야 모두 “선거 후에도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 취하 가능성까지 일축해 후유증이 심각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인식이 선거전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며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을 심화시키고 있다.
선거전 네거티브는 주로 민주당이 제기하고 국민의힘이 방어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특혜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박 후보 측은 “오 후보가 당선돼도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에 오 후보 측은 “추악한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16년 전 사건과 관련한 내곡동 생태탕 식당 주인 아들의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을 놓고 죽기살기식 공방을 벌이는 여야 행태는 너무 한심스럽다. 박 후보 측의 ‘중대결심설’을 둘러싼 비방전은 어이가 없다. 중대결심설도 뜬금없지만 상대 후보의 사퇴를 거론한 것도 수준 이하인 것은 마찬가지다. 부산시장 선거전도 ‘색깔론 공세’니 ‘허위사실 유포’니 하며 서울 못지않게 혼탁하다.
어제 진행된 마지막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시정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듣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네거티브 공방의 장’에 불과했다. 박 후보와 오 후보는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 열을 올렸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정책 공약에 대해선 수박 겉 핥기식 설전만 벌였다. TV토론이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돼야 하는데, 네거티브로 점철돼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4·7 선거의 네거티브 공방은 검증의 영역을 넘어서 상대방에 대한 묻지마식 흠집내기로 변질된 지 오래다. 자칫 이러다가 나중에 결과에 불복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네거티브가 격화되면 무당층의 냉소주의와 정치 혐오가 심화돼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부작용만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네거티브 선거는 건전한 정책 대결을 원하는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각 진영이 이제라도 상호 비방전에서 벗어나 공명정대한 선거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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