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일 4·7 보궐선거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 중 사회자 요청에 어색한 칭찬을 나눴다. 두 후보의 발언 모두 그저 칭찬으로 흘려듣기엔 내용에 뼈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칭찬할 점을 꼽아달라는 사회자 요청에 잠시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오세훈 후보를 칭찬할만큼 (서로) 공유한 시간이 없다”면서도 “(오 후보는) 일단 언변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MBC에 그 당시 ‘오 변호사 배 변호사’라는 법률상담 프로그램을 할 때 그런 방송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언변이 뛰어나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내곡동 의혹에 지속적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언변이 뛰어나다’는 칭찬은 얼핏 오 후보가 논란을 잘 피해간다는 지적으로도 비쳐진다.
박 후보는 또 “패션 감각이 다른 분보다 뛰어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굉장히 스탠딩 토론을 좋아하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오늘도 고집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당은 내곡동 땅 측량 현장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오 후보가 선글라스를 쓴 채 흰 면바지와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현장에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후보의 ‘패션 감각’ 칭찬은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을 또 한 번 상기 시키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오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박 후보의 이 ‘집념과 열정’이 바탕이 돼서 ‘유리천장’을 돌파하고 4선 의원과 장관을 (역임) 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앞서 박 후보에게 ‘내곡동 의혹’ 언급만 하실 거냐고 비판해왔으며 칭찬 직전에도 “(내곡동 땅 측량 논란)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증인들과) 대질심문 한번 하면 끝날 문제”라고 논란을 일축하려는 모습을 보였었다. 오 후보가 언급한 ‘집념’에는 박 후보의 끈질긴 공격에 대한 비판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잠깐의 칭찬 시간 이외에는 서로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BBK 의혹을 묻는 박 후보에게 오 후보는 “그걸 제가 왜 설명 드려야 하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 후보가 “거짓말한 후보가 시장이 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게 없다”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낸 것을 이유로 “박 후보의 존재 자체가 거짓말 이어서 반칙의 여왕”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2005년 처남이 측량을 신청한 3일 후에 측량이 진행되고 곧바로 서울시가 내곡동 설계용역을 시작한다”며 ‘셀프 보상’ 의혹을 재차 제기했는데 오 후보는 “최초 신청일은 시장 취임 전인 2003년”이라며 지속적으로 내곡동 의혹을 꺼내드는 박 후보에게 “민생에는 관심이 없느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