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펠리페 화력 대결 관심집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의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은 기묘한 인연으로 묶여있다. 2012년 우리캐피탈이 모기업의 운영 포기로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을 때 러시앤캐시가 네이밍 스폰서로 나서 어렵게 시즌을 치른 뒤 우리카드가 팀을 인수했다. 러시앤캐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아예 신생 구단을 창단했고 OK금융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인연에도 이 두 팀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카드가 처음에는 하위권을 전전한 반면 OK금융그룹은 특급 외인 시몬의 활약 속에 창단 이듬해인 2014∼2015시즌부터 2년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올라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등 명문구단을 연파하고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OK금융그룹은 시몬의 이탈 이후 하위권으로 급전직하했다. 그 사이 우리카드는 리그 강호로 올라섰다. 이렇게 팀의 사이클이 달라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일도 없었다.
이런 두 구단이 6일 시작되는 2020∼2021시즌 남자부 PO(3전2승제)를 통해 마침내 ‘봄 배구’에서 만난다.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가 PO로 직행한 반면, 정규리그 4위 OK금융그룹은 지난 4일 KB손해보험과의 준PO를 거쳐 5시즌 만에 PO로 올라왔다.
드러난 전력은 우리카드의 압도적 우위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과 심경섭이 시즌 중반 학교폭력 문제로 전력에서 제외돼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우리카드는 후반이 될수록 강해졌다. 최정상급 외국인 공격수로 각성한 알렉스(30),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7)의 쌍포와 신예 세터 하승우(26)의 호흡이 안정적이다.
변수는 OK금융그룹의 ‘큰 경기 DNA’다. 앞서 단판 승부로 치러진 준PO에서 OK금융그룹은 주포 펠리페(33)가 1, 2세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음에도 끈질긴 수비와 적극적 선수교체 등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범실 없는 안정된 경기로 버텨낸 뒤 상대의 자멸을 틈타 끝내 승리하는 챔피언의 관록이 아직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포스트시즌 원정경기 7전 7승을 기록했다. 원정 승률 100%의 기세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지는 1차전에서도 이어간다면 이변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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