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생태탕’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큰 격차로 밀리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에서 오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와중에 오 후보의 16년 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생태탕집 방문 여부를 놓고 양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다.
◆서울시장 선거판의 핫이슈된 생태탕집
‘내곡동 생태탕집’ 의혹은 지난 2일 내곡동에서 생태탕집을 운영했다는 주인 A씨와 아들 B씨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 나와 “오 후보가 2005년 6월 땅 측량 당일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생태탕을 먹으러 왔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들 모자는 오 후보가 부인하는 것과 달리 2005년 처가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온 게 맞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측량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온 오 후보가 검정 선글라스와 하얀 면바지 차림에 흰색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식당에 들어왔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식당 주인과 측량팀장, 경작인 등 현장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를 봤다는 일치된 증언이 나온다”며 “오 후보는 무엇을 숨기려 집요하게 거짓말하나. 거짓말 말고 약속대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 후보 캠프의 강선우 대변인도 “오 후보, 생태탕은 맛있게 먹었나, 혼자 오리발탕 드신 것은 아닌가”라고 비꼬는 등 민주당은 생태탕집을 고리로 오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은 A씨와 B씨를 향해 과거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자녀 병역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처벌 받은 김대업이 떠오른다며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김어준의 ‘정치공작소’가 ‘생떼탕’을 끓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오 후보 측 조수진 선대위 대변인)고 비판했다. 오 후보도 A씨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5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내곡동 생태탕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대업이 생각나고,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대한 3대 의혹이 근거 없음으로 판결된 것이 생각난다”며 “(생태탕집 모자처럼) 16년 전 일을 어떻게 상세히 기억하고, 무슨 옷을 입었고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아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딨느냐”고 반문하면서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앞서 오 후보 측 조 선대위 대변인은 ‘내곡동 처가땅 의혹’을 집중 부각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뉴스 공작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4월 7일은 김어준의 정치공작소도 심판하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생태는 속풀이(해장)에도 탁월한데, 여야는 국민 속 답답하게 만
생태는 싱싱한 생물 상태의 명태를 말한다. 얼큰한 생태탕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특히 전날 과음으로 속풀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반가운 음식이다. 명태의 이로움은 이뿐이 아니다. 비린내도 없고 다양하게 변신해 서민의 밥상과 술상 등을 풍요롭게 해준다.
‘동태(얼린 것), 북어 또는 건태(말린 것), 황태(얼고 녹기를 반복해 노랗게 변한 것), 코다리(내장과 아가미를 뺀 반건조 상태), 백태(하얗게 말린 것), 흑태(검게 말린 것), 깡태(딱딱하게 마른 것)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비린내가 없는 생선이므로 국으로도 조리하여 먹고, 조림, 튀김으로도 이용한다. 그리고 동태국, 북어, 명란젓, 간유 등의 제조 등에 쓰인다.’<네이버 지식백과, 디지털강릉문화대전-명태>

그런데 진흙탕 선거전에 여념이 없는 여야는 생태탕을 공방 소재로 활용하며 유권자와 국민의 속 답답하게 하고 입맛까지 떨어지게 하는 형국이다. 생태(명태)들이 정치권에 한마디 한다면 이러지 않을까. “미물인 우리도 평생, 죽어서도 국민 입맛 돋우려 온몸을 던지는데, 여러분은 제발 입으로만 국민 받들지 말고 진정으로 헌신하면서 국민에게 이로운 일 좀 하시오”라고.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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