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물가가 지난달 1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 공업제품 물가도 들썩이면서 가계 경제에 한층 주름이 생기게 됐다. 정부는 코로나 19 여파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물가 안정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허언이 된 셈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년=100)으로 작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지난해 1월(1.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좌우하는 농축수산물은 작황 부진과 AI 발생 여파 등으로 13.7%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음식에 빠지지않는 대파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무려 305.8% 오른 것이다. 이는 1994년 4월(821.4%)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사과(55.3%), 달걀(39.6%), 고춧가루(34.4%), 쌀(13.1%) 등도 크게 올랐다.
야채, 과일을 파는 매대 앞에서 한숨을 쉬는 주부들이 늘어날 만하다. 지난해 잦은 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않아 물가 상승이 예고됐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 물가도 오르고 가공식품 출고가도 인상되면서 생활 전반으로 물가 인상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다. 외식 물가도 1.5% 올랐는데 2019년 9월(1.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아파트 관리비 및 보험서비스료 상승 영향으로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2.0%에 달했다.

코로나 백신이 풀리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물가 상승 요인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가계에 직결된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지않은 것이 단적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47만3000명 줄었다. 지난 1월에는 무려 98만2000명 감소한 데 이어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물가 대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나친 낙관론이다. 백신 공급은 더딘 반면 코로나 19 확산세가 꺾이지않는데다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환경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 달걀과 같은 필수적인 식품의 수급에 제대로 대응하지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