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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루빨리 종식돼 노숙인 치료했으면 좋겠어요”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21-03-28 23:00:00 수정 : 2021-03-28 2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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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의 슈바이처’ 최영아 서울시립서북병원 진료협력센터장
“예과 때 봉사계기 노숙인에 관심
주거 불안정… 각종 질병에 노출
노숙인 진료·입원치료 병원 불구
외래 진료만 의존 현실 안타까워
코로나, 일반 감염병수준 통제를”
‘노숙인의 슈바이처’로 통하는 최영아 서울시립서북병원 진료협력센터장은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예전처럼 노숙인들이 자유롭게 서북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재문 기자

“발열도, 몸살도 없었어요. 백신이라는 게 원래 독성을 약하게 한 병균을 미리 경험하게 해 면역체계를 만드는 거잖아요? 젊은 의료진 일부는 접종 후 고생을 좀 하는 것 같던데 저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별다른 이상증상 없이 지나갔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전담병원인 서울시립서북병원 최영아(52) 진료협력센터장은 지난 16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최 센터장은 ‘백신 부작용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은 부위가 좀 욱신거렸을 뿐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북병원에서 ‘노숙인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최 센터장을 만났다. 공공병원인 서북병원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기 전엔 주로 노숙인와 장애인을 진료했다. 2001년부터 줄곧 청량리, 영등포, 서울역 등 노숙인 관련 민간병원에서 일해오던 최 센터장이 2017년 서북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연유다.

 

그는 이화여대 의과대학 89학번이다. 성적에 맞춰 의대를 지원했는데 첫해에는 떨어졌다. 재수하는 동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심하게 앓았다. 화장실을 못 가 관장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불길함이 엄습할 즈음 극적으로 ‘고통과 절망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을 최 센터장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된 계기다.

 

노숙인과의 인연은 1990년 예과 2학년생 때 누가회(기독교 의료봉사단체) 일원으로 청량리역 급식봉사를 나가면서다. 길바닥에서 빗물 반, 국물 반인 끼니를 때우는 노숙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최 센터장은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뭔 병이 이렇게 많고 왜 이리 병 양상이 흉측할까’ 등등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며 “정신과·내과·신경과적 문제들이 모두 섞여 있는 노숙인들의 진단명 리스트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단명을 알려면 노숙인들을 직접 만나고 겪어봐야 했다. 2001년 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선우경식(1945∼2008) 요셉병원장을 찾아가고, 노숙인·장애인·불법 체류자들을 돌보는 ‘거리의 의사’를 자처했다. ‘엄청난 수’의 노숙인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게 많다. 최 센터장은 “노숙인 대부분은 말 그대로 10∼20년 동안 길에서 잠을 잤던 분들”이라며 “주거가 불안정하다보니 별의별 병을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은 고혈압과 당뇨, 중풍, 치매 등이 일반인보다 20∼30년 먼저 찾아온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최 센터장은 “상당수 노숙인이 대화가 힘들 정도로 멍한 상태인데 넘어졌든, 쓰러졌든, 술 때문이든 뇌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이젠 노숙인들 병명과 양상은 알겠는데 그들이 다시는 이런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노숙인 자활을 위해선 건강과 함께 의식주와 일자리, 새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한데 사실 의사로서의 역할 밖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시민단체 ‘마더하우스’와 비영리법인 ‘회복나눔네트워크’ 활동이다. 노숙인 진료와 함께 임대주택, 일자리, 인간관계 등을 연계해 진정한 자활을 돕고있다.

 

그는 “병이 낫는다고 해서 그들이 노숙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진 않는다”며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고 가족까진 아니더라도 기댈 수 있는 인간관계가 회복돼야 사회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말했다. 노숙인 주거지원은 특히 신경 쓰는 분야다. 최 센터장은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깨끗하고 독립된 공간만 제공해도 노숙인들 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사고방식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노숙인을 먼저 생각했다. “코로나19가 철마다 예방접종하는 일반 감염병 수준으로 통제됐으면 해요. 그래야 외래진료만 받고 있는 노숙인들이 예전처럼 다시 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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