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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상상과 검색을 유도하는 영화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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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7 14:00:00 수정 : 2021-03-26 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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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루더라도 늘 ‘영화적 상상력’을 필요로한다. 그리고 상상력의 결과인 영화는 종종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오늘은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랜만에 질문으로 시작해본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중 ‘황산벌’(2003), ‘왕의 남자’(2005),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1), ‘동주’(2015), ‘사도’(2015), ‘박열’(2017)의 공통점은?

 

이 영화들에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황산벌’에서는 계백, 의자왕, 김유신, 김춘추 등이 사투리를 쓰며 등장했고, ‘왕의 남자’에는 연산군, 장녹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는 선조, 황정학, ‘평양성’에서는 다시 한 번 김유신, 보장왕, 연남건, 연남생 등이 등장했다. ‘동주’의  윤동주, ‘사도’의 영조, 사도세자, 정조, ‘박열’의 박열 등도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이들 중에는 널리 알려진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또한 그들은 약간의 기록을 기반으로 창조된 인물들과 함께 등장한다. 

 

영화 ‘자산어보’ 시나리오 표지.

 

이달 31일 개봉 예정인 ‘자산어보’도 그렇다. 주인공 중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설경구 분)은 실존 인물이고, 창대(변요한 분)와 가거댁(이정은 분)은 상상의 인물이다. 

 

창대의 경우 이름은 책 ‘자산어보’ 중 몇 곳에 등장하지만, 인물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를 저술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창대라는 인물의 성격, 가족, 출생 환경 등등은 모두 영화적인 상상력에 의해 창조됐다.

 

사실 정약전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동생인 다산 정약용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정약전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다. 천주교 박해를 다룬 최하원 감독의 1981년 영화 ‘초대받은 사람들’에서도 정약용, 정약종 형제와 이승훈, 이벽 등은 등장하지만, 정약전은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 ‘자산어보’ 속 정약전 역시 주변 기록들을 기반으로 영화적으로 창조됐다. 그런데 실존 인물을 연기한 카메오 출연진에 대해 낯익음 덕분일까?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약전은 더욱 사실적인 인물이 되어간다. 영화 내내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정약용과 주고받는 편지 내용 역시 정약전의 실존성을 강화한다. 

 

또한 창대, 가거댁 등 창조된 인물과의 관계 역시 정약전의 흑산도 생활과 ‘자산어보’의 저술 과정을 꽤 현실적으로 만든다. 매우 그럴듯하고, 그랬을 듯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정약전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정약용의 형이라는 것, 어류도감인 ‘자산어보’의 저자라는 것, 정약용을 비롯해 가족들이 겪은 천주교 박해를 받았다는 것 정도.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한 게 많아졌다. 

 

책 ‘자산어보’, 정약전, 정약용, 정약종, 이벽, 정조, 황사영 등 영화 속에 등장한 실존 인물을 비롯해 서학, 실학, 천주교, 신유박해, ‘목민심서’, 흑산도 등까지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덕분에 꼬리를 무는 검색을 좀 했더랬다.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사건보다는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공감을 통해 설득되는 면이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이 느껴지는 상상력의 힘이 발휘되는 이유다. 

 

‘자산어보’는 또 한 편의 흑백영화로서 수묵화 같은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여백이 많다 보니 오히려 보는 이들 스스로 상상을 통해 채우게 된다. ‘자산어보’를 통해 다양한 상상과 호기심의 즐거움을 누려보기를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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