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속출하고 있으나 총기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총기 소유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속한 데다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오히려 총기 판매가 급증한다. 미 정치권 일각에서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공화당 의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실질적인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미총기협회(NRA)와 같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을 가진 총기 옹호 단체가 총기 규제를 막는 대대적인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가 약 3억9300만 정(2018년 기준)에 달해 인구 100명당 120.5 정의 총기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고, 콜로라도주 볼더에서는 22일 총기 난사로 경찰관을 포함해 10명이 사망했다. 백악관은 의회의 총기 규제 입법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어 우선 총기 규제 행정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 의회에 총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입법을 서둘러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100명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의 ‘소형총기조사’(SAS)에 따르면 미국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는 3억9300만 정가량이고, 이는 전 세계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의 46%에 달한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넘쳐나는 총기 때문이라고 NYT가 강조했다.

소형총기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0명당 총기 소유 숫자가 미국이 120.5 정으로 단연 1위이고, 그 뒤를 이어 캐나다 34.7 정, 스위스 27.6 정, 프랑스 19.6 정, 독일 19.6 정, 호주 14.5 정, 이탈리아 14.4 정, 스페인 7.5 정, 영국 4.8 정, 일본 0.3 정 등이다. 또 인구 10만 명당 총기 사망자는 미국이 3.4명, 캐나다 0.6명, 프랑스 0.4 명, 스웨덴 0.4 명, 이탈리아 0.3명, 호주·독일·스페인 각각 0.1명 등이다. 이는 미국에서 총기 사망자가 2위인 캐나다의 6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NYT가 지적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2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총기 규제 강화 조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2019년 8월 시행한 조사 당시에 비해 7%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은 2019년 조사 당시에 54%가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35%로 20% 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미 의회에서 민주당이 총기 규제 입법을 추진해도 공화당이 강력히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총기 업계는 최근 발생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 판매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예상되는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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