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윤·이주환·전봉민 의원 포함
3기 신도시관련 33건 134명 수사
LH본사 세 번째 압색… 증거 확보
3기 신도시 부실행정 감사
국·공유지까지 보상대상 넘어
주민 “LH 보상제 개편도 문제”
현장 사업단 14건 지적 받아
경찰이 ‘포천 도시철도 7호선 역사 예정지 인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경기도 포천시 공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공무원이 매입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법원이 몰수보전 결정을 내려 이 사건 확정판결 전까지 처분할 수 없게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중 첫 구속영장 신청·몰수보전 결정이다.
◆첫 구속영장 신청·몰수보전 결정… 수사 속도 내는 경찰
24일 특수본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대는 전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포천시 소속 5급 공무원 A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약 1년간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아내와 공동명의로 포천시 내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 역사 예정지 인근 땅 2600㎡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사들였다. 특수본 관계자는 “철도부지 선정 관련 내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매입 시기 또한 내부정보를 이용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전날 경찰은 이 토지와 건물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고, 이날 의정부지법이 인용 결정했다. 몰수보전은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 처분이다.
특수본은 이날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총 89건, 398명에 대해 내사·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3기 신도시 관련 사건은 33건, 134명이다. 내사·수사 인원에는 국회의원 3명, 시·도의원 19명, 전·현직 고위공직자 2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의 경우 경찰이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시민단체가 투기 의혹 등으로 고발한 국민의힘 강기윤·이주환, 무소속 전봉민 의원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 사례가 14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고, 이들 중 3명에 대해 내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추후 인원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 2명은 재임과 퇴임 이후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인근 부지를 사들여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포함된 인원이다.
◆국토부·LH 본사 추가 압수수색도
LH 직원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특별수사대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LH 진주 본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국토부 압수수색은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 LH 진주 본사는 세 번째다. 경기남부청은 “국토부 공공주택본부와 LH에서 2015년 이후 근무한 모든 전·현직 직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친인척 명의의 차명거래 수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청은 최초 의혹이 불거진 LH 전·현직 직원 15명과 관련해 조만간 추가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초 이들 중 광명·시흥 일대에서 ‘강 사장’으로 불리며 활동한 LH 간부급 직원 강모씨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이 신청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번주 중 신청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인천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대는 경기 부천 일대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을 받는 계양구의회 B의원을 소환조사했다. B의원은 2018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테크노밸리사업 예정지 인근과 부천 대장지구 부근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하고 허위로 농지취득 자격을 증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전담수사팀도 한국도로공사에서 계획한 고속도로 건설공사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가 파면된 전직 도공 전북지역본부 직원 C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C씨는 2016년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부인과 지인 명의로 토지 1800㎡를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 지목 틀리고 무상 용지도 포함… LH 토지보상 엉터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상취득 대상 국·공유지를 보상하려 하는 등 3기 신도시 보상업무에서 부실한 행정처리를 해 내부 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LH 일부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따른 토지보상제도 개편 움직임에 반발하는 지역주민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LH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과천·하남교산지구의 토지 보상 관련 업무에서 현장 사업단은 14건의 지적을 받았다. 14건 중 절반 이상은 ‘현황지목 결정 부적정’, ‘건축물 부지면적 산정 부적정’ 등 현장 상황과 다른 지목·면적 파악에서 빚어진 오류였다.
하남사업단은 교산지구의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토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부(토지대장)상의 지목을 그대로 가져와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이로 인해 7만3891㎡ 규모의 토지 지목이 잘못 평가돼 토지보상액 산정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됐다.
인근 토지 평가액의 3분의 1 이내로 평가되는 사실상 사도(私道) 1만698㎡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공부상 지목인 ‘전’(田)이나 ‘임’(林) 등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하기도 했다.
과천사업단은 ‘잡종지’(잡)의 경우 반드시 그 용도를 구체적으로 병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과천사업단은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국·공유지를 유상 취득 대상 토지로 분류해 관리하다 감사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사실은 국·공유지 3만8066㎡를 유상으로 취득해 사업비를 과다 집행할 뻔했다며 사업단에 철저한 재조사를 통보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LH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최종 감정평가 및 보상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LH 일부 임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보상제도 개편에 대한 주민 반발도 거세다. 정부는 신도시 예정지역 토지 보유기간에 따라 협의양도인 택지를 아예 주지 않거나 택지 공급가나 아파트 분양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지역 대표들이 참여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25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토지보상법령’ 개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들은 “정부가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그나마 있던 간접보상을 더욱 엄격히 운영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원주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환·나기천 기자, 전주·의정부=김동욱·송동근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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