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공대(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정성준(사진)∙생명과학과 유주연(사진) 교수, 통합과정 강다윤씨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공 폐 모델을 3D프린팅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잉크젯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다종의 인간 폐포 세포주를 포함하고 있는 3차원 폐 모델을 제작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잉크젯 바이오 프린팅은 환자 맞춤형 조직 제작과 표준화와 대량 생산도 가능해 기존의 테스트 모델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람의 폐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고 부산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호흡한다. 몸속에 들어온 산소는 기도를 거쳐 폐포에 도착하고,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이 싣고 온 이산화탄소와 교체된다.
폐포는 얇은 상피 세포층으로 이뤄져 있는데다 주변의 얇은 모세혈관으로 둘러싸여 속이 빈 포도송이 모양을 하고 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이동하는 폐포막은 ‘상피층-기저막-내피 모세혈관층’으로 된 3층 구조로, 기체의 이동이 쉽도록 매우 얇은 두께로 돼 있다.
이렇게 얇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폐포를 정확하게 모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최초로 드롭온디맨드(drop on demand) 방식의 고정밀 잉크젯 프린팅을 이용해 폐포 세포를 고해상도로 적층해 약 10㎛ 두께의 3층 폐포 장벽 모델을 재현해 냈다.
드롭온디맨드 잉크젯은 카트리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초미세 잉크방울을 토출시켜 세포 및 바이오소재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도포시킬 수 있는 바이오프린팅의 한 방법이다.
이렇게 제작된 모델은 2차원 세포 배양 모델뿐 아니라 폐포 세포와 하이드로젤을 섞어서 배양한 3차원 비 구조화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모사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제작된 폐포 장벽 모델이 바이러스 감염도 및 항바이러스 반응 측면에서 실제 조직 수준의 생리학적 반응을 유사하게 재현한 것임도 밝혀냈다.

이 모델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모델로 사용했을 때, 바이러스의 자가 증식과 항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성준 교수는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세포를 프린팅하고 조직을 제작하고 있지만, 약 10㎛두께의 3층 구조를 가진 폐포의 장벽을 모사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인공 폐포를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생리학적 항바이러스 반응을 관찰한 사례 역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에 제작된 인공 조직은 환자 맞춤형 질병 모델 제작뿐 아니라 대량생산과 품질 관리가 가능한 만큼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성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 약물 및 백신 유효성 평가용 초기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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