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가치보다 낮은 보상금 받는 경우 많아
내부정보 능통한 직원들, 농지 사들여 나무 심어
전문가 "더 보상금 받기 위한 최적의 수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파장이 거센 가운데 LH의 토지 보상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지를 매입한 직원들이 생소한 품종의 나무들을 빽빽이 심어 많은 보상금을 노렸던 것과 대조적으로 땀 흘려 농사지은 원주민들은 보상금을 1억원 이상 덜 받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이상 과소 지급… 법률 지식 없는 농민들은 속앓이만
업계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 등을 위해 LH가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상금을 턱없이 낮게 지급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그 지역에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소규모 공장 등을 운영하는 수용민들은 신도시 지정을 반기지 않는다. 손해가 훨씬 크니 쫓겨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는 수목 보상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LH가 원주민에게 수목의 실제 가치보다 1억원 이상 낮은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도 상당했다. 수용민이 보상 기준과 법률 지식을 잘 알지 못하면 억울하더라도 꼼짝없이 해당 금액을 받아야 하는 상황들이다.
LH의 고양덕은지구 개발사업으로 토지를 수용당한 A씨는 2018년 보상금으로 약 2억9500만원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감정평가 결과 A씨의 보상금이 약 4억6000만원이라고 판시했다. 책정 기준과 감정평가 주체 등에 따라 감정액 차이가 약 1억6000만원이나 벌어지는 것이다.

2015년 LH는 경기도 하남감일지구 공공주택사업으로 토지를 수용당한 B씨에게 비닐하우스, 능소화 등에 대한 보상금으로 약 1억996만원을 책정해 지급했다. 책정된 보상금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B씨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2017년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법원 감정인의 평가에 따라 B씨의 보상금을 약 2억5300만원으로 올렸다. LH가 책정한 것보다 약 1억4300만원 많은 금액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LH가) 구체적인 평가기준, 평가방법 및 평가금액 산출근거는 (원고에게)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비닐하우스와 능소화를 일괄하여 평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손실금액으로 평가한 금액이 이전비인지 물건의 가격인지도 알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재결감정은 이 사건 지장물의 보상금을 적법하게 평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정보 능통한 직원들은 손쉽게 보상금 얻어… “LH직원 후하게 판단할 수도”
반면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수월하게 보상금을 받아왔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신도시 지정 발표 전 매입한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 농지에 상업성이 별로 없는 용버들나무, 왕버들나무, 산수유나무 등이 촘촘히 심어져 있었는데 이는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한 최적의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들 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쉽게 죽지 않고 빠르게 자란다. 거기다 원가가 1000∼2000원 수준으로 낮지만 5년 정도 자라면 2만∼3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 수익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상금 산정 측면에서 공들여 키운 조경수보다 위험 부담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가 적은 희귀한 조경수는 가격이 과소 평가되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 ‘협의양도인택지’를 받기에도 ‘막 키운’ 조경수가 훨씬 편하다는 설명이다.
감정평가사 출신 부동산 전문 나현호 변호사는 “LH 등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1000㎡ 이상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은 LH가 정한 협의 보상금을 바로 받아들이게 되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LH가 제시한 보상금에 불복하면 협의양도인택지 제공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협의양도인택지는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감정가로 책정돼 시세보다 저렴하며 협의양도인택지 ‘딱지’를 거래할 수도 있다.
나 변호사는 “저희가 진행하는 소송 목적은 실제 가치보다 보상금을 낮게 평가받으신 분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H와의 협의보상 시부터 (협의가) 파기된 경우”라며 “그런데 투기하시는 분들은 아마 협의보상 때 (협의자택지를 받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실 거다. 내부 보상 기준에 대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보상을 잘) 받을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LH 보상과 직원들이 전현직 직원들의 토지에 대해선 더 많은 보상금을 매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인 국민의힘 김현아 비대위원은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들은 토지보상 기준을 잘 몰라 보상금을 제대로 받는 경우가 드물다”며 “나무도 원가를 다 인정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그 지장물 조사를 하는 게 바로 LH 보상가 직원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토지보상 담당자들이 정확히 보상을 많이 받을 나무들을 심었을 것이라며 “실제 보상에 들어갔을 때 LH 직원들을 통해 지장물에 대해 충분히 후하게 판단해 줄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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