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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로스쿨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 위기의 지방대 살릴까

입력 : 2021-03-08 03:00:00 수정 : 2021-03-07 19: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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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대 육성 기본계획 살펴보니
치대·한의대 등과 함께 2023학년부터
기존엔 권고사항… 안 지켜져 강제조치
2028학년부턴 중학교 소재지까지 따져

학령인구 줄며 非수도권 대학 외면 심화
지방대 규제 풀고 국제화·특성화 지원
“몸집 불리기식은 한계” 회의적 시각도

2023학년도부터 지방의 의대와 약대는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2028학년도에는 지방대 지역인재 전형 지원자격 기준이 강화된다.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고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를 제외한 14개 시·도와 합동으로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 선호사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추가모집 인원이 500명 이상인 16개 대학이 모두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일 정도였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 대학 입학생은 43만명으로 줄고 2040년에는 28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정원에 비해 입학생이 급감하면서 지역 대학 대부분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과 대학의 육성정책에 골몰하거나 ‘지방대학 및 지방인재 육성법’이 국회 본회의를 신속하게 통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대학별 미충원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심각해지는 추세”라며 “지방대 역할 정립을 바탕으로 지역 인구 유출을 막는 댐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방대의 지역인재 선발 현실화

정부의 이번 계획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의대와 치대, 한의대, 간호학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에서는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 의대와 치대, 한의대에 지역인재 30%(강원·제주 15%) 선발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20학년도 기준 39개 학과 중 12곳이 정부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11명의 지역인재를 선발해야 했던 한림대는 지난해 입시에서 3명을 지역인재로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인재 선발 권고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인재 요건도, ‘지역’ 기준이 ‘고등학교가 소재한 지역이 어디냐’에서 ‘어디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느냐’로 강화돼 2028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21학년도 9개 국립대 의과대학 중 7개 학교에서 타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인재 전형으로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지역인재전형 지원자격을 고등학교 소재지로 설정하다 보니 본래 전형 취지와 다르게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해당 지역의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임에도 지방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 등을 통해 지방대학의 의·약학 계열 지역인재전형에 편법으로 입학해 왔던 행태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지역 발전 지원 나서

교육부는 지역의 우수 인재를 위해 지방대의 체질을 개선하고 특색 있게 육성할 방안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이 학교 간 협업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재정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혁신 플랫폼 지역을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으로 지정해 최대 6년간 고등교육 규제를 유예하고, 대학 운영 관련 핵심 기준도 완화해 줄 방침이다.

지방대 특성화를 위해 외국대학과 온라인 공동학위 과정 활성화 등 우수 지방대학의 교육 국제화 선도모델을 창출하고 정부초청장학사업(GKS)의 지방대 비중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포함해 지방대의 질적 혁신을 위한 체계적 관리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정해 관리하는 동시에 신속한 청산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인재가 머무를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친화적인 정주여건 조성 작업도 동시에 추진된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5개 ‘도심융합특구’ 조성을 지원하고, ‘지역혁신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교육·창업·문화·주거공간을 융합해 나갈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도권 인재유출은 교육의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와 정주여건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며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해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역대 정부마다 근시안적인 정책을 내놓고, 지방대들도 백화점식 경영으로 몸집 불리는 데 치중해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수많은 지방대 육성정책이 나왔지만, 수도권대 선호 현상은 이어지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 구조적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방대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한 교사는 “여전히 대학 간 우열이 학생들과 학부모 인식에 자리 잡혀 있다”며 “이 틀을 깰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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