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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프로종목 ‘학폭 미투’… 선수 선발 검증시스템 필요

입력 : 2021-02-22 20:45:21 수정 : 2021-02-22 22: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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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학교폭력 방지 네트워크 만들어야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인해
학생 생활기록부 등 열람 못해
각 구단 제도적 장치 마련 요구
관련업무 총괄 독립 조직 절실
학교 현장 관리감독 선결 과제
징계 이력 등 정보 공유 급선무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 문제가 프로야구로 번지면서 각 프로종목들이 긴장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 장면, 학교 폭력 사태가 터지기 전 서울 시내 지하철역사에 설치됐다가 지금은 철거된 흥국생명 배구단 광고. 세계일보 자료·뉴스1

프로야구 한화의 A 선수가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는 폭로글이 지난 19일 올라온 데 이어 21일에는 수도권 구단 두 선수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실명 폭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나왔다. 이들과 같은 고교 후배라고 밝힌 피해자는 “전지훈련에서 폭행했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노래와 행동을 시키기도 했다”면서 “이들 때문에 학교와 야구부를 못 나간 적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두 선수의 소속구단은 자체조사에 들어갔고 현재 두 선수는 구단 측에 “그런 일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프로야구에서 학교 폭력이 주된 화두가 된 것은 지난해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 때였다. 앞서 1차지명에서 NC가 뽑은 김해고 투수 김유성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 지명을 철회했던 여파다. 실제 몇몇 선수들의 학교 폭력 연루 의혹이 있었고, 한 지방 고교의 에이스 투수는 끝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의 학교 폭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학교 교사와 감독과 코치는 물론, 동료 선수들과 학부모까지 찾아다니는 수고를 했다. 하지만 프로배구에서 시작한 ‘학폭 미투’가 이미 프로야구로 번지는 등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다. 이번 드래프트 이전까지는 학교 폭력 관련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폭로된 선수들 모두 2019년 이전 입단한 이들이다.

 

프로배구와 프로야구가 현실로 불거졌을 뿐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등 여타 프로 종목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학교 내 지도자에서 시작된 폭력은 선후배와 동료 등 또래 선수들 간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폭력의 일상화’가 그동안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퍼진 뿌리 깊은 악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해자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학생 때지만 논란이 되는 시점은 프로선수 또는 국가대표 등이 된 후라는 점이다. 특히 대중적으로 알려진 프로선수의 학교 폭력이 드러날 경우 비난은 구단에 쏠린다. 사실 가장 큰 책임은 당시 학교와 지도자들에게 있음에도 프로구단이 총알받이가 되는 모양새다.

 

물론 프로구단이 비난받을 일이 전혀 없는 아니다. 일단 선수 선발 과정에서 확인이 부족했다는 일차적 책임이 있다. 여기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피해자보다 선수를 보호하려다 잘못된 대응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프로야구 세 선수처럼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이를 강력 부인하며 진실공방으로 흐를 경우 구단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프로구단들은 학교 폭력을 검증할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생활기록부도 열람할 수 없는 등 구단이 유망주들의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프로종목 연맹은 프로에 지원할 선수에 한해 신체검사 결과나 생활기록부 등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현 구조에서는 이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기가 힘들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체육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정부부처만도 10개나 되고 학교 폭력 문제는 각 시도 교육청과 대한체육회도 관여해야 하는 등 관리와 감독체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체육계는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국가체육위원회이건 체육청이건 어떤 형태라도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체육 관련 업무를 통합 관할하는 독립 조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릴 일이고 지금 체육계 폭력 문제는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 그래서 급한 대로라도 각 유관기관이 체육계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및 업무 공유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황희 장관, 스포츠윤리센터 선제 역할 당부 황희 문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를 찾아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계 학교 폭력 대응에 선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이에 문체부도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계 이력까지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단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에 체육계 학교 폭력 문제의 선제 역할을 당부해 스포츠윤리센터를 학폭 방지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한 이후 폭력 신고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나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아 과연 윤리센터가 이 네트워크를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많다.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학교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학교에서 지도자뿐 아니라 또래들 간의 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확실한 처벌과 기록을 남기고 이를 프로구단이나 대한체육회 등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용식 관동가톨릭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문체부가 이번에 징계 이력 통합 관리 등의 대책을 내놨고, 다양한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통합 관리도 징계가 제대로 내려져야 근본적 효과가 있다. 일선에서 처음에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징계가 우선돼야 가해자가 아닌데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 등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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