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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도 넘은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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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1 23:11:06 수정 : 2021-02-21 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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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한복·윤동주 시인 국적 등
한국의 역사·문화 끊임없이 부정
한·중 문화 교류도 ‘껍데기’ 우려
시진핑 말한 ‘음수사원’ 고찰해야

“‘위안부’ 강제 징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로, 우리는 항상 일본 측에 역사를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할 것을 요청해왔다.”

한국이 일본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이 말은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함께 분노하는 지점이다. 이런 동질감은 가슴 아린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하지만 화춘잉 대변인이 다음에 덧붙인 “중국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역사를 부정·왜곡하려는 일체의 잘못에 반대한다”는 발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중국에 특파원으로 부임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이 6·25전쟁 70주년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고난의 역사”라고 발언하자 중국인들은 6·25전쟁 참전은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며 트집 잡았다. 남한을 기습한 북한의 침략전쟁임이 국제적, 역사적으로 명백함에도 이를 자신들만의 논리로 미화한 것이다.

시작에 불과했다. 김치, 한복, 윤동주 시인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윤 시인의 ‘중국’ 국적과 ‘조선족’ 표기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2016년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윤 시인이 북간도인 길림성 용정 마을에서 태어나(1917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순국한(1945년 2월) 시점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1949년) 전이다. 중국 내 조선족으로 민족이 공식적으로 구분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반포(1954년)보다도 훨씬 전이다. 중국은 단순히 현재 자국 영토인 곳에서 윤 시인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국제관계, 역사, 문화 등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윤 시인을 중국인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입장에선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 시인을 이런 이유 등을 따져 한국인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마땅찮다.

윤동주를 아는 중국인이 얼마나 되는가. 과연 윤동주의 한글 시를 읽을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 더군다나 ‘별 헤는 밤’과 ‘서시’를 읽으며 가슴 시린 뭉클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이가 있는지 묻고 싶다.

김치 역시 중국은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와 절인 후 발효 과정을 거친 김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 국제적으로도 다른 음식임이 판명났지만, 중국엔 없는 음식이니 자국의 조리 방식이 비슷한 음식 기준에 끼워 맞춘 셈이다. 발효된 신김치의 쿰쿰해지기 전 입맛을 돌게 하는 감칠맛과 숭덩숭덩 썬 돼지고기와 함께 끓인 김치찌개의 알싸하지만 담백한 맛을 아는 중국인이 있는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6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이란 말을 중국인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다.

중국은 한국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자국 네티즌 등이 문제를 거론하면 애국주의 매체 ‘환구시보’ 등이 논란을 키운 뒤, 분위기를 보고 외교부에서 정리하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환구시보는 이번엔 반크를 노렸다. 반크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반크가 ‘중국이 한국 문화를 훔치고 있다’고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중국을 목표로 삼은 것이 신경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중 한국 대사관을 비롯해 외교부가 “상대가 있어서 힘들다”는 일관된 입장만 수년째 반복하고 있을 때 반크는 최소한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양국 민간 차원에서 이런 분위기가 강해지면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선포된 ‘한·중 문화교류의 해’는 껍데기뿐인 교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내년 3월 한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미·중 갈등이 불거지는 마당에 선거 이슈로 반중 정서가 떠오르는 것을 중국도 원하진 않을 것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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