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좋아해…트럼프 왔을 땐 ‘낮잠’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엔 쥐 잡는 고양이 ‘래리’가 산다. ‘총리 관저 수렵 보좌관’(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이 공식 직함이다. 래리가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한 지 15일(현지시간) 꼭 10년이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011년 2월15일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관저에 출몰하는 쥐 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래리를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이란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했다. 이 때문에 14세로 추정될 뿐,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한다. 성별은 수컷이다.
AP통신은 “래리의 쥐 잡기 능력에 대한 보고는 다양하다”며 “래리는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까지) 3명의 총리를 충실히 보좌했고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평했다. 이어 “남성들에게 대체로 불친절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좋아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관저를) 방문했을 땐 그의 차 밑에서 낮잠을 잤다”고 전했다. 래리의 또 다른 주특기는 낮잠이다.
배터시 보호소 소장인 린지 퀸랜은 “래리는 전 세계 수백 만명의 사람들에게 유기묘들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보여 줬다”며 “왜 모든 동물들이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가디언에 “래리는 수렵 보좌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직원들과 대중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래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슬프게도 래리를 데리고 갈 수 없다”며 “래리는 관저에 속해 있고 직원들은 나처럼 래리를 사랑한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2019년 12월엔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개를 좋아해 래리가 은퇴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래리에 앞서 험프리란 고양이가 총리 관저에서 쥐 잡기 임무를 수행했다. 험프리는 1997년 은퇴해 2006년 사망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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