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그룹 부회장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비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원가절감 등이 이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임직원에게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작년 부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수출차량)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고 르노그룹 최고 경영진을 설득해 뉴 아르카나 유럽 물량의 부산공장 생산을 결정했다”며 “작년 말 기준으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QCTP)은 2019년 5위에서 2020년 10위로 하락했으며, 특히 공장제조원가 점수가 2020년 기준으로 17위에 그치는 등 비용 항목의 점수가 가장 저조한 상태다. 르노그룹은 품질(Q), 비용(C), 시간(T), 생산성(P)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QCTP 지표를 통해 르노 그룹 내 속한 전세계 총 19개 공장들 간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 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 등 3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공장제조원가가 유럽 공장의 2배이고 여기에 운송비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은 부산공장 임직원들도 느낄 것”이라며 “결국 부산공장은 스페인에서 만드는 캡쳐와 동일한 수준의 공장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출시해야 하며,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부산공장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쉽지 않은 시기”라며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남겼다.
새로운 방법으론 XM3 부산생산 물량의 유럽 이전, 향후 신차 프로젝트에서의 부산공장 제외 등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내수 시장만으로 버텨야 하는 르노삼성차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연초 비상 경영에 돌입하며 임원 40%를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했으며, 8년 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르노그룹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는 르노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고,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르놀루션에서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약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또한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 협약 주기를 4년으로 변경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