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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악귀사냥·초능력… ‘미드’ 못지않은 ‘한드’에 세계가 깜짝

입력 : 2021-02-02 20:16:07 수정 : 2021-02-02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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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장르물 인기몰이 계속된다
“워킹데드 넘는다” “최고 좀비물”
넷플릭스 공개 ‘킹덤’ 극찬 세례
‘스위트홈’도 4일 만에 11개국 1위
지상파 플랫폼 한계 벗어나 훨훨
‘루카’ ‘타임즈’ 등 신작 줄줄이 대기
한국형 장르물의 진화 계속 될 듯
한국형 장르물이 잇달아 큰 사랑을 받으며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좀비물인 ‘킹덤’ 크리처물 ‘스위트 홈’, 히어로물 ‘경이로운 소문’과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루카 : 더 비기닝’(왼쪽부터)의 메인포스터.

“우연히 나한테 빠져버린 그 남자, 알고 보니 재벌 2세였고 어릴 적부터 힘들게 살아왔던 나는 신데렐라가 됐다.”

한국 드라마에 있던 일종의 코드는 이런 식이었다. 로맨스, 가족, 대하드라마 등 보편적인 주제가 사랑받았고 시청률은 보장됐다.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드라마를 시청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채널을 돌리고 싶어도 엄마 눈치가 보여 꾹 참고 봐야 했던 시기가 2000년대까지 계속됐다.

그랬던 한국 드라마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먼저 진부한 멜로 위주의 서사에 천착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괴물과 악귀를 때려잡고,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한때 일부 채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일명 ‘한국형 장르물’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 세대는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이야기 전개가 납득이 안 되면 바로 꺼버린다.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다른 볼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나 혼자 보기 때문에 주제의 한계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나 야한 장면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비주류가 오히려 주류가 되는 세상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히트 공식

특히 웹툰 소재의 드라마가 최근 연이어 대박을 쳤다. 일찍이 주제와 소재의 다양화를 이룩한 웹툰 시장이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깨어있었던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한국 웹툰 시장은 이미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지 오래고 성공한 웹툰은 그래서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드라마 콘티와 비슷한 구성을 갖추고 있기에 영상으로 만들기도 꽤 용이하다.

최근 OC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친 ‘경이로운 소문’이 대표적이다. 한국판 히어로물인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달 24일 방송된 최종화가 시청률 11%를 기록해, 자체 최고 시청률은 물론 OCN 최고 성적을 내고 막을 내렸다. 시즌2는 이미 확정적이다.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방송 전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는 원작의 매력적인 설정과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얻은 ‘스위트홈’도 2017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연재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자체도 글로벌 누적 조회수 12억회를 보유할 정도로 인기작이었다. 국내 첫 크리처물(괴물이 나오는 작품)인 ‘스위트홈’은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신한류 드라마로 불리기도 했다.

◆스마트폰 속 드라마는 짧고 강렬해야

제작에 나선 넷플릭스도 한국 드라마가 장르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영향을 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기존 TV드라마와는 차별되는 모습으로 연일 화제가 됐고 업계의 상식을 바꿔놨다. ‘킹덤2’,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한국 드라마는 ‘미드’(미국 드라마) 못지않은 완성도와 화제성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는 해외 언론·반응에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포브스는 “‘킹덤2’는 지금까지의 좀비물 중 최고”라며 “‘워킹 데드’를 뛰어넘는다”는 극찬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킹덤2’를 두고 “대한민국을 액션 좀비 장르의 선봉에 서게 한 작품”이라면서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에 선정하기도 했다. ‘인간수업’ 역시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패럿애널리틱스가 지난 5월 소셜미디어 바이럴 측면에서 가장 높게 상승한 콘텐츠 시리즈 가운데 5위로 뽑히는 등 입소문을 탔다. ‘스위트홈’은 공개된 지 4일 만에 한국을 포함해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페루, 쿠웨이트, 카타르 등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50여개국에서 스트리밍 순위 톱10에 들었다. 미국에서는 한국 콘텐츠 최초로 7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등 플랫폼의 한계로 그동안 잠자고 있던 한국 드라마의 잠재력을 넷플릭스가 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좀비는 목을 잘라야 하는데 지상파에선 좀 그렇지 않나”면서 “게다가 사극에 좀비까지 나오면 엄청난 제작비가 든다. 사실상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넥플릭스와 만나면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불’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표현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장르물은 2021년에도 계속된다

올해 첫 포문은 tvN의 ‘루카 : 더 비기닝’이 열었다.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루카 : 더 비기닝’은 특별한 능력 때문에 쫓기게 된 지오(김래원)가 유일하게 그를 기억하는 강력반 형사 구름(이다희)과 함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스펙터클 추격 액션극이다. 인간의 진화를 소재로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평가다.

장르물의 본가라 할 수 있는 OCN은 오는 20일 ‘타임즈’를 방송한다. 5년 전 과거의 기자 이진우(이서진)와 전화 연결된 서정인(이주영)이 아버지 서기태 대통령의 죽음(김영철)을 막는다는 줄거리로 미스터리 수사물을 수차례 제작해온 OCN 고유의 냄새가 묻어있는 작품이다.

올해 방영 예정인 크리처물 ‘다크홀’도 기대작이다. ‘구해줘 시즌1’, ‘타인은 지옥이다’ 등의 대본을 쓴 정이도 작가의 신작이다. 김옥빈, 이준혁 등이 출연하는 ‘다크홀’은 싱크홀에서 나온 의문의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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