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이 창궐하면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기 일쑤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도 밑도 끝도 없는 괴담이 떠돌았다. 감염 피해가 커질수록 음모론의 농도도 짙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진 미국은 음모론의 온상이다. 대표적 음모론은 사탄을 숭배하며 전 세계를 단일 정부로 만들어 통제하려는 비밀 관료집단인 ‘그림자 정부(딥 스테이트)’가 코로나19를 만들었고 그 세력의 정점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이 인류에게 백신을 주입해 DNA를 변형시켜 노예로 만들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백신에 위치추적용 마이크로칩이 담겼다거나 낙태 태아의 폐 조직이 포함됐다는 가짜뉴스까지 떠돈다. 이런 음모론을 신봉하고 퍼트리는 극우단체가 ‘큐어넌(Qanon)’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3명 정도가 음모론을 믿는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5개의 음모론 추정계정을 리트윗하면서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 음모론이 뿌리내렸다고 분석했다. 결국 큐어넌은 새해 벽두부터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를 주도해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유럽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8일 처음 접종에 돌입한 영국 정부는 괴담 확산을 막기 위해 정보부대까지 투입했다. 런던 중심가에서는 “백신을 맞으면 불임이 되고, 정부 감시를 받게 된다”는 접종반대 시위가 빈번하다. 프랑스도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40%에 그쳤다. 이탈리아 역시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백신에 부정적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전문인국제선교단(인터콥) 간부는 음모론을 국내에 퍼트리며 “문재인정부도 사탄을 숭배하는 비밀단체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한다. 인터콥은 지난해 10∼12월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수차례에 걸쳐 모두 3000여명이 참가한 모임을 열었는데 이후 확진자가 40여일간 780여명이나 쏟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방문자는 검사요구에 불응하거나 연락두절이다. 방역당국이 열방센터를 방역수칙 위반으로 시설폐쇄 조치를 하자 인터콥이 상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냈다. 음모론이 조직적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비상식적 행위를 묵과하거나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음모론은 정부불신과 사회불안을 자양분 삼아 무섭게 번져간다. 음지에서 번식하는 나쁜 세균은 햇볕을 쫴야 사라지는 법이다. 정부는 백신에 관한 과학적 정보와 합리적 지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불행의 씨앗을 없애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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