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법무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임명되면서 과거 판사 시절 그가 배석했었던 ‘삼례 나라슈퍼’사건이 청문회 쟁점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이 사건 재심을 변호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입장을 밝혔다.
31일 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사건 당사자들, 피해자, 유가족이 박 후보자의 사과를 의미 있게 보고 있고, 박 후보자가 억울해하는 부분을 이해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정치적 쟁점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자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점에 대해 “판검사 출신 인사가 과거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피해 입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박 후보자의 사과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긍정 평가했다.
또한 그는 “합의부 재판이 판사 세 명의 실질적인 토론 없이 결론 내려지고, 주심 아닌 배석판사는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재판장이 권위적일 때는 주심 판사도 다른 생각을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는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박 후보자는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록도 보지 못했다며 억울해했다”며 “실질적인 토론 없이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는 합의체가 꽤 있으니 장관이 된다면 이런 문제를 꼭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그는 “20년이 지난 사건인데도 진범을 풀어준 검사의 과오를 지금의 검찰 문제로 연결해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20년 전 검찰과 지금의 검찰이 같다고 할 수 없고, 특정 사건을 일반화하여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묵묵히 일을 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억울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삼례 나라슈퍼’사건이란 지난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을 자던 유모씨(당시 77세·여성)를 살해하고 현금과 패물 등을 훔쳐 달아난 강도치사 사건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엉뚱한 사람 3명을 범인으로 몰았고 대법원까지 일사천리로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이 과정에서 박 후보자는 1심 재판에 배석판사였다.
이후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재심이 열렸고 피해자들은 2016년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7년 피해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사과했고 재발방지와 피해 배상을 위한 법안을 약속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