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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악마’… 죄책감 없이 성착취물 공유 [심층기획 - 아동 성폭행물 온상 ‘폰허브’]

입력 : 2020-12-29 06:00:00 수정 : 2020-12-29 08: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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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성고문 등 불법 동영상의 온상
하루 방문자 넷플릭스·야후보다 많아
조회수 30억건… 광고수익 긁어 모아

3년간 신고 아동 성착취물 고작 118건
불법 콘텐츠 책임 회피… 차단 소홀
피해자들 극단적 선택 등 고통 겪어

최근 잇단 소송 등 법적 책임 화두로
카드사 결제 중단에 뒤늦은 자정작용
플랫폼 규제 등 국제적 협력 선행돼야
2014년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세계 최대 음란물 사이트 폰허브 광고. 광고판이 설치된 호텔 측의 반대로 48시간도 안 돼 철거됐다.

#1.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 사는 세리나 플레이테스(19)는 14살 때 짝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한 살 많은 남학생이었다. 남학생은 알몸 동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플레이테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쭐했다. 거듭 이어지는 요구에 그는 번번이 응했고 이는 결국 그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남학생은 동영상을 다른 남자아이들과 공유했고, 누군가 음란물 사이트 ‘폰허브(Pornhub)’에 올렸다. 플레이테스는 조롱거리가 됐다.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 동영상을 보내. 안 그러면 네 엄마한테 (내가 가진 동영상을) 보낼 거야”라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엄마가 폰허브 측을 설득해 동영상은 삭제됐다. 플레이테스는 전학을 갔다. 하지만 소문은 새 학교에도 번져 있었다. 이윽고 폰허브와 다른 웹사이트에 알몸 동영상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2. 칼리(23)는 어렸을 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 얼마 뒤 입양 가족은 그의 ‘몸’을 팔아넘겼다. 9살 때부터 그는 음란 동영상 촬영을 강요받았다. 칼리가 등장하는 성착취물은 결국 폰허브에 올라갔고,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칼리는 “그런 삶에서 벗어난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팔리고 있다”며 “내가 마흔 살에 여덟 아이의 엄마가 되더라도 사람들은 내 영상을 보면서 즐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칼리는 “결국은 폰허브가 내 인신매매범”이라고 했다.

 

◆폰허브는 어쩌다 성착취물의 온상이 되었나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폰허브 속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장문 기사를 게재했다. 세계 최대 음란물 사이트 폰허브가 아동 성착취, 동의 없이 촬영한 성관계, 몰래 카메라, 성 고문·학대 등 동영상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다수 피해자의 사례가 생생하게 등장한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소녀들은 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사화에 동의했다고 한다.

폰허브는 매달 약 35억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대형 사이트다. 넷플릭스, 야후, 아마존보다 많은 숫자다. 폰허브는 하루 조회수 30억건에 달하는 광고 수익으로 돈을 긁어모은다. 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는 연구 결과 폰허브가 21세기에 페이스북, 구글에 이어 세 번째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테크 기업이란 결론을 내렸다. 폰허브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대형 광고를 하고, 인종적 평등을 위해 싸우는 단체에 기부를 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응급기관에 마스크를 기부하고, 코로나19 봉쇄로 집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합법적이고 선한 얼굴로 포장한 폰허브의 실상은 불법 콘텐츠의 천국이다. 의식을 잃은 여성을 유린하면서, 눈을 찔러 상대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까지 하는 동영상을 비롯해 차마 활자화하기 어려운 내용의 동영상이 가득하다고 NYT는 전했다.

폰허브는 유튜브처럼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불법 콘텐츠 차단막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한 아동 성착취물은 관리자가 삭제하지만, 동영상 속 인물이 만 14세 청소년인지 만 19세 성인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영상은 대개 살아남는다. 콘텐츠를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와 다르다. 불법 동영상 신고가 당국이나 폰허브 측에 접수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동영상은 타인과의 공유, 업로드 과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게시된다. 특정 연령대를 나타내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십만개의 동영상이 등장하고, 이용자의 성적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분석해 친절하게 추천해주기도 한다.

폰허브는 사실상 불법 콘텐츠 게시의 책임을 피해간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16세 소녀가 실종된 뒤 모친이 1년 만에 딸의 모습을 발견한 곳은 폰허브였다. 딸은 58개의 음란 동영상에 등장하고 있었다. 동영상 속 남성들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들의 놀이터가 된 폰허브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폰허브는 불법 동영상 차단에 소홀해진다. 올해 3개월 동안 페이스북이 아동 성착취 관련 이미지 1240만개를, 트위터가 6개월간 관련 계정 26만4000개를 제거한 반면 폰허브가 지난 3년간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IWF)에 신고한 아동 성착취물은 고작 118개였다.

가해자 처벌로 폭력은 종식될지 몰라도, 피해자의 고통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폰허브에 등록된 동영상 삭제를 시도하다 좌절을 맛본 피해자들은 다수가 자해 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수업을 빼먹기 시작한 플레이테스는 어느 날 약장에서 찾아낸 항우울제를 전부 입에 털어넣었다. 사흘 뒤,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 그는 마약에 빠졌다. 누군가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패스트푸드점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겁이 났다. 미국판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에 자기 알몸 사진과 동영상을 팔던 그는 이제 약을 끊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차 안에서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폭로, 그 후

폰허브는 NYT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성명을 통해 “폰허브는 아동 성착취물과 싸우는 데 헌신하고 있으며, 불법 동영상 근절을 위한 선도적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기사 내용이 무책임하고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거짓이었음은 폰허브가 스스로 증명했다. 기사가 나간 뒤 성착취·성폭력을 사실상 방치하는 폰허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지난 10일 세계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비자·마스터 등이 폰허브 결제에 자사 카드 사용을 영구 중단한다고 밝히자 폰허브는 인증되지 않은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 삭제에 나섰다. 폰허브가 게시물 약 880만건을 삭제했는데도 아직 약 400만건이 남아 있으니, 전체 콘텐츠의 3분의2 이상이 검증되지 않은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이었던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에 얻게 된 분명한 교훈은 우리가 테크 기업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규제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폰허브의 소유주인) 마인드긱(MindGeek)은 돈 펌프의 손잡이가 갑자기 없어지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폰허브는 이제 민형사상 책임을 점점 더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대학 탈의실에서 촬영된 몰래 카메라 영상 피해자 9명은 연방법원에 이 회사를 제소했다. 폰허브의 콘텐츠 파트너 ‘걸스 두 폰’(Girls Do Porn)의 피해 여성 40명도 최근 배심 재판과 각각 100만달러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걸스 두 폰은 의상 모델 모집 광고로 젊은 여성을 뽑은 뒤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했다. 해외에서 DVD로만 판매되며, 온라인에는 절대 올리지 않겠다는 말에 속은 일부 여성이 촬영에 응했다. 고소인들은 “마인드긱은 이르면 2009년 걸스 두 폰이 사기, 강요, 협박 등을 통해 성착취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걸스 두 폰 피해자 1명은 20세 때 사망했다. 법정에 서게 된 전 남자친구가 화가 나 그녀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폰허브는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6년 미국에서 제정된 통신품위법(CDA) 230조의 뒤에 숨어 있었다.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폰허브도 보호해줬다. 그러나 미 의회는 2018년 이런 면책 조항에 제한을 가했다. 이후 폰허브는 관리자 수를 늘리고, 금지 콘텐츠 목록과 금칙어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모음에 ‘*’을 넣는 방식 등으로 금칙어 분류를 피하고, 폰허브는 사실상 묵인한다

크리스토프 칼럼니스트는 폰허브에서 불법 콘텐츠를 없애기 위한 대책 세 가지를 제안했다. △인증된 사용자만 동영상을 올릴 수 있게 하고 △다운로드를 금지하며 △관리자 수를 늘려 자체 감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동 성착취의 구조를 없애려면 양질의 가정 위탁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동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미 의회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영상으로 이익을 얻는 플랫폼 업체를 더 쉽게 고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마인드긱 본사가 있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들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프는 “문제는 포르노(모든 당사자 동의 하 촬영·배포되는 상업적 음란물)가 아니라 성폭행”이라며 “어린이 또는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를 성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부도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에 대한 규제·민형사상 책임·카드사의 제재가 이뤄지고, 이들 플랫폼이 규제가 덜한 나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협력이 결합되면 보다 나은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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