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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 전설’ 필 니크로 암투병 끝 별세

입력 : 2020-12-28 20:12:00 수정 : 2020-12-28 2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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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1세… MLB 통산 318승
1997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
필 니크로가 2007년 명예의 전당에서 너클볼 그립으로 공을 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손가락 끝으로 실밥을 긁어 던져 공의 변화를 주는 일반적인 변화구와 달리 너클볼은 손가락의 관절(knuckle)을 이용해 밀어던진다. 그래서 공은 무회전으로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아가다 타자 앞에서 그 순간의 공기 저항에 따라 제 멋대로 변하며 떨어진다. 구속은 시속 110㎞대에 불과하지만 타자는 물론 투수와 포수까지도 예측불가능해 ‘마구’로 불리기도 한다.

광부인 아버지에게 배운 너클볼 하나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이 된 투수가 바로 필 니크로다. 1964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애틀랜타의 전신)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니크로는 1987년 마흔여덟의 나이로 애틀랜타에서 은퇴할 때까지 무려 24년간 현역으로 뛰며 MLB 통산 318승(274패), 평균자책점 3.35를 남겼다. 특히 4번이나 한 시즌 300이닝 이상을 던지며 통산 5404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빅리그 통산 다승 16위, 최다이닝 4위에 올랐고 올스타와 골든글러브도 5회씩 뽑혔다.

전설 니크로가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미국 언론이 28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오랜 기간 암 투병 중이던 니크로는 27일 잠자던 중 평화롭게 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크로는 생전에 “빠른 볼을 던지는 법을 몰랐고 커브, 슬라이더,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 등 요즘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배운 적도 없다”며 “난 구종 하나만 던지는 투수(원 피치 피처)”라고 했다.

니크로의 위대함은 40세 이후 성적에서 드러난다. 그는 불혹을 넘긴 뒤에 121승을 보태고 1977이닝을 더 던졌다. 이는 빅리그 40세 이상 투수 최다 기록이다. 너클볼이 어깨에 무리가 없어 노장들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해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2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17년간 빅리그에서 남긴 통산 투구 이닝이 1993이닝인 것과 비교할 때 대단한 기록이다. 특히 니크로는 통산 300승 경기에서만큼은 9회 2사까지 너클볼을 던지지 않고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만 너클볼을 던져 완봉승을 거두며 너클볼 투수 비하에 맞선 일화도 유명하다.

1997년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니크로는 허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초청으로 2012년 방한해 한국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니크로 이후 MLB에서는 통산 221승을 올린 친동생 조 니크로와 찰리 허프 등이 너클볼 투수의 계보를 이었다. 니크로는 1990년대 팀 웨이크필드에게 너크볼을 전수해 선발투수로 재기하게 만들었다. 2012년에는 R A 디키가 너클볼러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 빅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너클볼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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