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요리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으로 도배됐던 방송가에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끼어들었다. 바로 집방(집을 소재로 한 방송)이다.
MBC ‘구해줘 홈즈’를 필두로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tvN의 ‘신박한 정리’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찍은 방점은 다 다르다. 정해진 가격 안에서 부동산 매물을 구해주거나, 집안 공간 활용과 인테리어를 위해 어떻게 정리하는지 코치해주거나,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은 살아보고 싶은 ‘꿈의 집’ 살아보기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집방을 통해 시청자들은 2020년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매물을 구해주는 ‘구해줘 홈즈’는 정해진 예산과 로망 사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연 신청자들은 “전세나 매매를 원하지만 집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 월세를 껴도 된다”, “(1인 가구지만) 드레스룸과 서재 등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등 저마다의 요구사항을 내놓는다. 그에 맞춰 매물을 보러 나간 출연진은 주차 가능 대수, 주변 편의시설, 거실 뷰, 중문 설치 여부, 각종 옵션, 주방 구조, 주거형태에 따른 가성비 등을 꼼꼼히 따진다. “카페분위기의 어닝이 있다”, “웨인스코팅으로 포인트를 줬다”, “포세린 타일이이다”, “MDF를 세우면 된다” 등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건 집안 구조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사실 집방이 최근 생겨난 형식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원조를 찾아가 보면 2000년 MBC ‘러브하우스’가 있다. 다만 20년 전 러브하우스의 콘셉트가 저소득층 ‘위기 가정’ 구원이었던 데 반해 2020년의 집방은 중산층의 노골적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이 한 가정의 보금자리라는 의미와 함께 그 가정의 전 재산이 투입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욕망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번이라도 집을 구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정된 돈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의 집을 구하고 싶은 욕구 말이다. 아파트·빌라·전원주택 등 주거 형태가 무엇이든, 서울·수도권·지방 등 위치가 어디든, 사람들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고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나에게 최고가 될 수 있는 ‘안정적인 내 집’ 마련이다.
이렇게 시청자의 눈이, 주거민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 “이 정도면 좋지?”라는 섣부른 판단이 담긴 20년전 ‘러브하우스’식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공공임대와 호텔 개조 등 ‘선의’를 폄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사회 초년생과 1인 가구 등에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다만, 요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집을 구하는 수많은 가정에 그 선택지는 어쩔 수 없는 경우 거쳐가는 정거장 같은 옵션일 뿐 종착역이 되지는 못한다.
정부가 25번째 주택 대책 발표 전에, 집방을 통해 사람들의 높아진 눈과 그 로망을 한번 확인해보길 권한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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