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출동 후 차량 문 개방하는데만 20분 걸려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진 가운데 차량 조작 난도가 너무 높아 피해자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3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던 테슬라 전기차 차량이 주차장 벽면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이 차량엔 화재가 발생했고 차량을 운전했던 대리기사 최모(58)씨는 탈출했지만 차주 윤모(60) 변호사는 탈출하지 못했다. 이후 119 구급대가 도착해 윤씨를 구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윤씨는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는 “갑자기 차가 통제가 안 돼 벽면에 충돌하게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 ‘모델X’ 제로백 4.6초에 불과한 고성능 차량
우선 해당 차량은 ‘모델X 롱레인지’ 차량으로 차량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로 가속하는 게 4.6초밖에 걸리지 않는 고성능 차량이다. 이 차량을 많이 운전해보지 않은 일반인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밟아 차가 급가속이 됐을 때 침착하게 페달을 바꿔 밟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 모델을 소유한 한 40대 차주 A씨는 “가끔 테슬라 차량을 끝까지 급가속을 해보면 숨이 턱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대리기사 최씨는 58세의 나이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리막에서 잘못해서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급가속이 됐을 때 이때 침착하게 페달을 바꿔 밟는 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테슬라의 경우 익숙지 않은 운전자를 위한 발렛 모드와 안전모드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 모드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A씨는 전했다.
◆차량 방전 시 차량문 수동개폐 직관적이어야
테슬라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차량 외부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문을 열기 어려운 점도 이번 인명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사고 발생 6분만에 119 소방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소방관들도 조수석문을 개방하지 못했고 결국 뒤쪽 트렁크를 열고 윤씨를 구조했다. 약 20분만에 구조된 윤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모델X의 경우 비상시에 뒷좌석 문을 개방하려면 문짝 하단부에 레버를 돌려야 한다.
◆배우 손지창씨도 테슬라 모델X 급발진 의혹 제기
또한 해당 차량은 배우 손지창씨도 급발진 의혹을 제기했던 차량이다. 손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지난 2016년 급발진을 주장하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전을 진행했다.
당시 손씨는 페이스북에 차량이 차고 벽을 들이받는 사진을 올리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후 테슬라는 손씨의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직전, 사고순간, 사고 이후까지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았는지 퍼센트 단위로 공개했다. 테슬라는 조사결과 손씨가 가속페달을 100% 밟은 결과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손씨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인 줄 알고 끝까지 밟았다는 것이다. 이후 2019년 손씨는 소송을 취하했다.
◆숨진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절친 사이
한편 숨진 윤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윤 변호사의 빈소에는 윤 총장이 퇴근후 직접 조문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변호사는 윤 총장과 함께 서울 충암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윤 변호사는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4기로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 서울고법판사, 사법연수원 교수직을 끝으로 2003년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이다.
경찰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신청했고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차량 결함 및 급발진 여부 등에 대한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국과수 검증은 평균 1~2개월 소요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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