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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와 캣맘·주민 ‘공존’ 나섰다

입력 : 2020-12-10 06:00:00 수정 : 2020-12-10 0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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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치구·캣맘 협의회 운영
2020년 9월까지 8502마리 중성화
지속적으로 개체 수 줄여 나가
자치구별 급식소 마련해 관리
캣맘과 협력해 주민 갈등 줄여
전문가들 “공중보건에 긍정적”

서울 서초구에 사는 신영주(60)씨는 매일 새벽 5시마다 인근 길고양이들에 사료와 물을 챙겨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11년 전 아파트 화단을 떠돌던 고양이 두 마리가 가여워 돌보던 게 시작이었다.

신씨가 현재 돌보는 고양이는 30마리가 넘는다. 그가 고양이를 돌보며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기’다. 일부 주민들이 “당신 때문에 동네 길고양이들이 다 여기로 모인다”, “고양이가 쳐다보는 게 무섭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서다. 신씨는 “이 세상 어디에도 고양이가 없는 곳은 없다”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성화 수술 10% 늘면 새끼 고양이 4.6% 준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과 인근 주민들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지거나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위생상 불결하다는 이유 등으로 불편을 호소한다.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사료에 독극물을 타는 등 혐오행동까지 벌이는 주민도 있다. 지난 10월 전남에서는 길고양이 10마리가 밀폐된 상자에 갇힌 채 발견됐고, 앞서 7월 부산의 한 길고양이는 누군가의 학대로 배와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다.

캣맘과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재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번식력이 강한 길고양이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 사업’(TNR)은 양측의 갈등을 줄여줄 핵심정책으로 꼽힌다. TNR는 포획(Trap)과 중성화 수술(Neuter), 재방사(Retur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포획 대상은 2㎏ 이상 길고양이다. 발판식 덫을 사용해 길고양이를 포획해 동물병원에 보내면 수컷은 하루, 암컷은 사흘 만에 중성화 수술이 이뤄진다. 이때 다친 길고양이에 대한 치료와 예방접종 등이 함께 이뤄진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들은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면 본래 있던 장소에 다시 풀어준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사업이 확대되면서 길고양이 개체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2013년 6003마리에서 지난해 1만1183마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8502마리의 길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길고양이 수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길고양이 개체 수는 11만6019마리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3년(24만7029마리)보다 53% 감소한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길고양이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길고양이 TNR 비율이 10.0% 증가할 때 새끼 고양이(자묘) 비율은 4.6%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길고양이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시민이 있고 길고양이를 입양해 가정에서 키우는 시민이 증가한 것도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지역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22.8%, 길고양이 중 새끼 비율은 30.9%이다.

◆주민 민원 감소에 효과적인 길고양이 급식소

서울시내 곳곳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도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먹을거리, 잠자리를 중심으로 사는 곳을 정하는데 자치구별로 마련된 급식소를 중심으로 길고양이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동구,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동대문구 등 9개구가 188개소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숲공원과 월드컵공원, 보라매공원, 하늘공원, 여의도공원, 북서울꿈의숲 6개 공원에도 37개소의 길고양이 급식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는 자치구별 캣맘들과 협의회를 꾸려 급식소에 모여든 길고양이들을 중성화하는 등 개체수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캣맘들에게는 △개인사유지, 지정급식소에서만 먹이주기 △일정한 시간에 먹이주기 △3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양만 주기 △이웃에 불편함을 주는지 점검 △항상 깨끗한 물 제공 등 급여지침을 교육하고 있다.

길고양이들이 급식소를 통해 배고픔을 해결하다 보니 쓰레기봉투 훼손 등 주민들 민원도 줄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캣맘은 “길고양이의 한쪽 귀가 조금 잘린 것이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라며 “급식소에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면 구와 계약된 동물병원에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하다 보니 개체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미우켓’ 김미자 회장도 “과거에는 캣맘과 주민 간 갈등이 매우 심했으나 적극적인 중성화 수술과 동물보호법 확대에 따라 다툼이 점차 줄고 있다”고 전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공중보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윤주 서정대 교수(애완동물학)는 고양이 존재 자체가 살아 있는 쥐약이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쥐 같은 설치류는 도심에 상위포식자가 없는데 어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기도 하고 고양이 냄새 자체가 쥐에게는 혐오스럽게 느껴져 고양이 서식지를 피한다”며 “쥐들의 개체 수가 조절돼 도시 관리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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