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 드라마의 인기에 영국 왕실의 심기가 편치 않다. 엘리자베스 2세의 생애를 그린 드라마 ‘더 크라운’ 때문이다.
‘더 크라운’은 왕실 내 권력을 둘러싼 암투, 사랑과 음모, 뒷이야기 등을 다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6년부터 방영이 시작돼 최근 시즌4까지 공개됐다.
그런데 시즌4에서 1997년 8월 세상을 떠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찰스 왕세자의 결혼 생활이 그려진 것에 대해 영국 왕실과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넷플릭스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남동생 찰스 스펜서는 “드라마 도입부에 ‘일부 실제 사건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는 아예 ‘더 크라운’을 시청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르비터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영국 정부에서도 나섰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더 크라운’에 대해 “당시를 살아보지 않은 젊은 세대가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며 “드라마 매회 앞부분에 픽션이라고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내용을 담은 서한을 넷플릭스에 보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 크라운’을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허구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시청자 역시 그걸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회 굳이 허구와 관련된 고지를 할 계획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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