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파장 등 웹자원 기록 남겨
비대면 정책에 도서관 이용도 제한적
디지털 자료 활용폭 확대 시급한 과제
2023년이면 서고 수장공간 포화상태
평창올림픽 방송센터 건물 활용 추진
해외 유출 자료 수집 작업도 큰 진척
문화예술기관 자료 디지털화 숙제로

“‘뉴노멀(New normal)’이란 말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예측은 이전부터 있었죠. 코로나19 때문에 그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어버린 겁니다. 키워드는 비대면입니다. 도서관 입장에서 보면 ‘지식공유’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일상에 대한 적응, ‘포스트 코로나’ 대비가 절박한 과제가 되어버린 시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고민은 일단 비대면이란 단어로 수렴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관장은 여기에 지식공유를 더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포함한 모든 도서관에 모인 수많은 지식정보자원을 비대면 상태에서 수월하고, 지속적으로 향유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계가 오랫동안 해 온 고민이자, 코로나19 사태로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에 상충되는 점 등 때문에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서 관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식공유를 확대해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방향성에 대한 동의가 일반화돼 가고 있다는 점은 뜻밖의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서 관장을 만났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 해외 소재 한국 고문헌 조사 등 국립중앙도서관이 추진 중이며, 꽤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한 과제들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 비대면 콘텐츠 생산을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코로나19 재난 아카이브 구축’을 시작했다. 감염병 발생부터 우리의 방역 노력들, 사회적 파장 등 다양한 웹 자원을 수집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인터넷 정보를 수집, 보존하는 웹아카이빙 ‘오아시스(OASIS: Online Archiving and Searching Internet Sources)’를 2004년부터 구축했다. 세월호참사와 강원도 산불 등의 아카이빙을 만들었고, 코로나19를 추가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의 관련 자료를 모아 놓음으로써 기록을 축적해 우리의 경험과 기억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현재의 비대면 콘텐츠 양과 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본다. 다만 국가도서관이기에 더욱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도서관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디지털화된 자료의 활용 폭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이론적으로 어디서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걸 의미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디지털화된 자료 중 85% 정도가 도서관에 와야만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 등의 문제 때문이다. 갑자기 법률을 바꿀 수도 없고, 저작권 보호도 중요한 가치인지라 일단은 지금은 같은 위기상황에서 한시적으로나마 저작권 장벽을 낮춰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국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DB)를 기존 31종에서 42종으로 늘린 것은 그래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도서관 운영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 관장이 지식공유를 여러 번 언급했다. 비대면 콘텐츠를 생산하고, 활용폭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것을 함께 이용하려는 사회적 의지와 정책적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해 온 것이긴 하지만 ‘오픈 액세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자료를 개방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어도 공적자금을 활용한 연구성과들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에 저작권법이 개정돼 저작권자를 확인하기 힘든 이른바 ‘고아 저작물’을 도서관이 일단 자유롭게 제공하고 저작권자가 확인되면 저작권료를 사후 정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아 저작물이 꽤 많은데 내년에는 좀 더 활발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식공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저작권 동의 이용 캠페인’이란 게 있다. 저작권자의 동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저작권을 포기하는 것인데 캠페인 자체를 모르기도 하고, 뜻이 없는 사람들도 있어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지식공유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비대면 서비스 및 지식공유를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초유의 비상상황에 따른 대응이 분주한 와중에 국가문헌보존관 설립 예산의 확보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꽤 기쁜 소식이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서 관장은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 국가문헌보존관 설립에 대해 소개해달라.
“현재 도서관 서고의 86%가 찼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이 한 해 평균 50만권 정도임을 감안하면 2023년이면 서고에 빈자리가 사라진다. 보존공간의 확보가 시급한 과제였다. 평창올림픽 때 방송센터였던 건물을 서고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지난달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예산에 반영됐다. 계획대로 2024년에 개관하면 향후 50년간은 공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 책을 보관하는 역할만 하는 것인가.
“자료 디지털화 작업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자료의 보존성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점에서 후세가 우리 시대의 자료를 불편 없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 개발,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인근 오대산사고(실록 등 중요 문헌을 보관하기 위해 오대산에 설치했던 조선시대 시설) 등과 연결하는 테마관광 같은 것도 개발한다면 문화시설로서의 역할도 가능하다. 이제는 새로운 공간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는 걸 고민해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업인 만큼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 러시아 도서관과의 협약 등 해외 소재 한국 자료의 이용, 발굴 사업들이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해외로 흩어진 한국 자료가 꽤 많다. 국립중앙도서관이 해외의 우리 고문헌, 근현대기 국내 미소장 자료를 조사하고 확충하는 데 나서는 이유다. 2004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의 기록물 313만면을 수집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2016년에 ‘6·25전쟁, 미 NARA 수집 문서로 보다’ 전시회를 개최했고,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미국문서로 보다’ 자료집을 발간했다. 올해는 자료 수집 확대를 위해 러시아국가도서관과 협약을 체결했고 미국 CIA(중앙정보국) 문서,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수집 대상과 국가를 넓혔다. 일차적으로 7개국 46개 기관에서 6670종의 자료를 확인했다.”
― 국립중앙극장, 국립극단 등과 협업해 소장자료 디지털화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대상 자료와 서비스 계획은 무엇인가.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시설 등 문화예술기관에 있는 훼손되기 쉽고 이용하기 어려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해당 기관이 디지털화 대상 자료를 정하고, 기본정보를 제공하면 국립중앙도서관이 원문 DB를 구축해 공동으로 활용한다. 올해 31개 기관 10만 건가량의 도록, 프로그램 북, 포스터, 영상자료 등의 디지털화를 지원했다. 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 이외로 대상을 확대하고, 중복 구축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도서관’ 수장으로서 서 관장은 “문헌을 통한 한국 알리기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우리 문화가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문헌을 통해 우리의 정신, 역사, 철학이 더 알려지기도 했으면 합니다.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데 우리 도서관이 할 일이 많습니다. 좋은 자료를 많이 개발해 제공하고, 해외 한국학 연구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담·정리=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