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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커플 인생샷 등극… 파도리해변 해식동굴 가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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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5 12:00:00 수정 : 2020-11-15 0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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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으로 I♡YOU/태안 소원면 파도리 해변서 소원빌면 사랑이뤄질까/연인들 모래밭에 애칭 남기며 영원한 사랑 소원/해식동굴서 하트 그리며 사랑을 캡처

파도리 해변

‘뫔뫔이♡ 예진이’. 여름이 한참 지나 찬바람 부는 스산한 늦가을 바닷가. 이글거리는 태양도 없고 북적대는 인파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도 연인들은 바다를 찾아 커다랗게 사랑의 표식을 남긴다. 언젠가는 파도에 씻겨 사라질 것을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기에.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과 예쁜 해옥, 그리고 기암괴석 절벽이 동거하는 파도리해변이 수없이 찍힌 연인들의 발자국만큼 늦가을 핑크빛 낭만으로 가득 물들었다.

 

파도리 해변

#연인 인생샷 명소 등극 파도리해변 비경

 

지난 주말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적거리다 몇 장의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동굴과 두 개의 아치. 연인들은 다정하게 서로 바라보거나 바깥을 보고 하트를 그리며 섰다. 그들 너머로 펼쳐진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는 매우 아름답고 이국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어려워진 해외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랜선으로 갈증을 달래나 보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보니 ‘#태안’이다. 여기가 한국이라고. 깜짝 놀라 좀더 자세히 살피자 ‘#파도리해식동굴’ 태그도 달려 있다. 요즘 연인들의 인생샷 포토존으로 등극한 곳이란다. 그래. 단풍만이 가을낭만은 아니지. 연인들에게는 단풍 행락객들이 붐비는 산보다 한산한 가을바다가 훨씬 낭만적이다. 서둘러 짐을 꾸려 태안으로 나선다.

 

어은돌 해변

서울에서 내비게이션을 따라 4시간을 넘게 달리니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파도리 해수욕장‘을 찍고 왔는데 사진에서 본 기암괴석 절벽과 동굴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바다에 무심한 파도만 밀려왔다 사라진다. 안내판에 적힌 글자는 ‘태안 해변길 어은돌’. 아뿔싸, 엉뚱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괜찮다. 인적 없는 푸른바다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니 뜻밖의 작은 선물이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의 고즈넉한 어촌 어은돌은 예전에는 ‘모항과 파도리를 이어주는 들’이어서 ‘이은들’, ‘여운돌’로 불리다가 ‘고기가 숨을 돌이 많다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어은돌로 굳어졌다. 이름처럼 해변은 크고 작은 갯바위가 즐비하다. 마을 한쪽에 캠핑장이 마련돼 날 좋은 주말 가족들이 많이 찾는단다.

파도리 해변

다시 길을 잡아 파도리로 향한다. 5분 정도 남쪽으로 달려 도착했지만 정확한 해변을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꼬꼬바닷가펜션 인근에 주차하면 좀 더 쉽게 파도리해변을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해변이다. 파도리는 ‘파도가 아름답고 예쁘다’는 뜻이라는데 이름을 아주 잘 지었다. 다른 해변에서 보기 쉽지 않은 알록달록 작은 해옥들이 모래와 함께 펼쳐진 풍경은 이국적이다. ‘바다에서 나는 옥’이라 해옥, 용왕석으로 불리는 천연 조약돌은 가져갈 수 없으니 아무리 예뻐서 마음을 훔쳐도 눈으로만 즐기시길.

 

방금 지나간 듯한 연인들은 커다란 하트 표시와 함께 서로의 애칭을 남겨 놓았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소원면 파도리. 파도리에서 소원을 빌면 예쁜 사랑이 이뤄진다는 소문 때문에 연인들은 이렇게 표식을 남기며 영원한 사랑을 소원한다.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해변을 북쪽으로 오르자 높이 10m가량의 파식대가 이어진다. 우리나라 많은 곳에 파식대가 발견되지만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해변에서 마주하는 파식대는 이색적이다. 곳곳에 작은 동굴들까지 보이기 시작하니 아주 신비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하다. 20분가량 깊숙하게 걸어 들어가자 드디어 사진에서 본 두 개의 아치가 근사한 동굴을 마주한다. 이미 연인들은 카메라 사다리까지 동원해 인생샷을 촬영하느라 분주하다.

 

파도리해변 해식동굴 입구
두 개 아치로 이뤄진 파도리해변 해식동굴

동굴 안에 서면 피사체는 어둡지만 두 개의 아치는 모래와 푸른바다로 채색된다. 어떤 포즈를 취하든 근사한 사진을 얻는다. 시간이 잘 맞으면 동굴에서 즐기는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까지 덤으로 받게 된다. 파도리 해수욕장은 여름에 피서객들이 꽤 찾지만 아치형 해식동굴은 파도리 해변 북쪽 끝에 있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만조 때면 생각보다 물이 빨리 차오르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홍합돌솥밥과 생선구이

#등대지기만 외롭게 지키는 옹도의 가을

 

이제 좀더 한산한 가을 여행지로 떠난다. 등대지기만 살고 있는 충남 유일의 등대섬 옹도다. 한참 동안 배를 타야 하니 늦은 점심으로 홍합돌솥밥과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태안은 서해바다의 별미가 넘쳐난다. 전복, 대하, 물텀벙이탕, 간자미 회무침, 우럭젓국 등 미식가의 천국이다. 돌솥에 고슬고슬 담긴 밥알 사이로 점점이 박힌 홍합은 향기만으로 식욕을 돋운다. 고소하고 짭쪼름한 가자미, 뽈락, 고등어구이 덕분에 돌솥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옹도 전경

안흥항에서 옹도로 가는 배를 탔다. 보통 신진도항에서 타지만 코로나19로 운항편이 줄어든 데다 시간이 맞지 않아 안흥항을 이용했다. 12㎞ 거리를 1시간 넘게 달려야 하니 옹도는 쉽게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선장의 재미난 입담에 지루하지 않다. 뱃멀미가 스멀스멀 올라올 무렵 저 멀리 섬 하나와 그 위에 우뚝 선 하얀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옹도 등대 오르는길
옹도 등대 오르는 길에서 보이는 가의도와 단도 풍경

선착장에서 옹도등대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 왼쪽은 동백이 군락을 이룬 터널을 지나고 오른쪽은 바다를 즐기며 오른다. 중간쯤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단도, 가의도, 목개도, 정족도가 푸른 바다를 꾸민 풍경이 근사하다.

 

작은 섬 옹도에 등대가 세워진 것은 1907년. 그리고 100년 넘게 등대지기 홀로 외롭게 지키던 섬은 2007년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16경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2013년에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등대의 불빛은 35~40㎞ 거리에서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며 주로 대산, 평택, 인천항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서해안 항로를 따라 이곳을 거쳐 지나간다. 모양이 마치 옹기와 같아 옹도로 불리는 섬은 0.17㎢로 아담한데 진정한 매력은 등대 너머에서 만난다.

 

옹도등대
옹도 등대 반대편 산책로 풍경

등대를 지나면 섬 반대편에 가을이 가득하다. 능선을 따라 억새와 갈대가 군무를 추고 절벽을 따라 파란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진다. 그리고 수평선을 따라 박혀 있는 괭이갈매기 서식지 난도, 궁시도와 병풍도, 격렬비열도가 장관을 이룬다. 계단을 따라 끝까지 천천히 산책하며 웅도의 매력을 마음 가득 품는다. 돌아오는 바닷길에 만나는 사자바위, 거북바위, 콧대바위는 옹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태국사

#안흥성 작은 마을 밥 짓는 장작 향기 가득

 

안흥항으로 돌아와 안흥성에서 가을 태안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태국사에 오르니 한 그루 감나무에 까치밥 2개만 덩그러니 남았다.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안흥성에 있는 태국사는 건물 서너채만 있는 아주 작은 절이지만 역사가 깊다. 수덕사 말사로 백제 무왕 34년(633년) 혜명이 창건했다. 안흥항을 드나드는 국내외 사절단이 이 절에 들러 무사항해를 빌었다고 하니 전성기 때는 절의 규모가 쾌 컸나 보다. 하지만 절은 모두 소실됐고 1982년 작은 건물만 복원됐다.

 

안홍성벽
안홍성

안흥성은 조선조 제17대 효종 6년(1655)에 건축됐고 높이 3.5m가량의 돌벽이 1568m 이어진다.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안흥진성으로도 불린다. 240년 동안 잘 보존되던 안흥성은 고종 31년(1894년) 동학혁명 때 성내의 건물이 일부 불타 없어졌지만 현재 성곽과 동서남북 성문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 있다.

 

안흥성 마을

안흥성 성벽을 따라 걷는다. 어디선가 장작으로 군불 때는 냄새와 솥에서 밥 짓는 냄새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장작으로 짓는 밥이라니. 마을은 시간이 멈춰선 듯 정겨움으로 가득하다. 성벽길은 대나무와 크고 작은 들국화,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안흥항이 내려다보이는 성벽 위에 섰다.

 

안흥항 나래교

고즈넉한 작은 어촌과 기러기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디자인한 나래교가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며 가을여행의 낭만을 완성한다. 

 

태안=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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