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이재명·윤석열 지지층 겹쳐”… 정성호는 ‘親李’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회의장에서 예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충돌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여의도 정가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같은 여권이긴 하지만 추 장관은 이른바 ‘진문(眞文·진짜 친문재인)’으로 불릴 정도로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정 위원장은 친문과 사이가 별로 안 좋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층 일부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지사 진영이 최근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거듭 박해하면서 윤 총장 인기가 오르자 이를 경계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추 장관 탓에 이 지사 지지층 일부가 윤 총장 쪽으로 이동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불만이 양측 간 신경전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13일 민주당 인사들에 따르면 최근 윤 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 1위에 오른 것과 맞물려 이 지사 지지율이 떨어진 것에 주목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중도 성향의 부동층 민심이 이 지사에서 윤 총장에게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론분석 전문가는 연합뉴스에 “이 지사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는 사람들, 이른바 중도·보수층과 무당층 지지에서 강점이 있는데 그 부분이 윤 총장 지지로 빠졌다”고 분석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전날(12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선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과 추 장관 간에 법무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놓고 설전이 오가자 여당 소속 정성호 위원장이 추 장관을 제지하며 “정도껏 하세요”라고 톡 쏘아붙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무부 특활비에 관한 박 의원의 질의 도중 추 장관이 이를 가로막고 반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질문 아직 안 끝났다”며 당혹스러워하자 정 위원장이 추 장관을 향해 “질문에 답변해 달라. 다른 것은 말씀하지 말고 질문을 듣고 답변해 달라”고 촉구, 얼핏 야당 의원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하면 위원장이 제재해 달라”는 추 장관의 요구에도 “그런(모욕적인) 질문 없었다”며 “협조 좀 해 달라”고 냉랭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에 추 장관이 잠시 위원장석을 노려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4선의원인 정 위원장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非文)’으로 통한다. 경기도에 지역구(양주시)를 두고 있는 정 위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21대 국회 첫 민주당 원내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친문의 지지를 등에 업는 현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큰 표 차이로 패했다.
실제로 정 위원장이 추 장관을 나무라는 듯한 언행을 한 것을 두고 친문 지지층은 온라인 댓글 등으로 정 위원장을 성토했다. 댓글 대부분은 “이 지사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보수 야권의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거듭 때림에 따라 이 지사 지지층 일부가 이탈해 윤 총장 쪽으로 가면서 되레 윤 총장 지지율이 오르자 이 지사 진영에서 추 장관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반면 문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은 추 장관을 중심으로 더욱 결집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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