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도 감사 대상”… 공수처 역시 ‘운명’ 다해
“신이 보낸 천사이며 법조인의 양심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공익을 위한 윤리 실천을 한결같이 해내며 곧은길을 걸어가시는 분.”
이 극찬에 가까운 평가는 동일인을 향한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위의 것은 최 감사원장의 경기고 동창생 A변호사의 평가다. 최 감사원장은 고교생 시절 다리가 불편한 A변호사를 업고 다니며 등하교를 도왔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75학번인 최 감사원장보다 1년 늦게 76학번으로 법대에 들어간 A변호사 역시 사법시험 준비에 뛰어들었고 두 사람은 1981년 23회 사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밑의 것은 최 감사원장의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생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평가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강 전 장관은 2017년 최재형 당시 사법연수원장이 새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되자 SNS에 올린 글에서 “연수원 한 반이었다”고 인연을 떠올리며 이같이 소개했다. “인격과 삶이 일치하는 분”이라고도 했다.
◆“공무원이 감사 저항… 대한민국 공무원 맞느냐”
12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미담 제조기’로까지 불리며 여야 당파를 초월해 칭찬을 받은 최 감사원장이 요즘 자신을 추천하고 임명한 여권에 의해 ‘공적(公敵)’으로 지목된 모양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감사한 감사원이 그 결과를 발표한 직후 검찰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발단은 최 감사원장의 ‘분노’였다. 지난달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 감사원장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의원들의 질문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가 왜 그렇게 늦어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최 감사원장의 입에선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 잇따라 쏟아졌다.
“감사 저항이 굉장히 많은 감사였다.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다.”
“(피감자들이)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 진술하면 또 다른 자료를 가지고 와서 추궁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다.”
이후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를 받는 민간인이 범죄 혐의를 벗어나려고 저항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행정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에 고분고분 응하지 않고 되레 저항을 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관련 기사에는 ‘감사에 저항했다는 그 공무원들이 대한민국 공무원 맞느냐’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공수처도 감사 대상”… 공수처 역시 ‘운명’ 다해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 다만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잘못이란 취지였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보니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서 이를 신속히 집행하려고 애를 쓰는 도중 뭔가 ‘사달’이 터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나섰다. 대전지검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행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를 거부하거나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이, 감사를 방해한 이 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 감사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막기 위한 ‘정치적 감사’라고 폄훼하기에 이르렀다.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날 최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최 감사원장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요즘 여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을 띄우려 안간힘을 쓰는데 과거 한 인터뷰에서 최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모든 국가기관 회계를 감사한다”며 공수처도 예외가 아님을 강조했다. 여권이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양 매달리는 공수처 역시 감사원 앞에선 ‘피감기관’에 불과할 뿐이란 얘기다. 최 감사원장의 부친은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전쟁영웅인 최영섭(93)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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