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치열한 예산전쟁에… 무뎌진 감액 칼날 [현장메모]

관련이슈 현장메모

입력 : 2020-11-12 19:31:03 수정 : 2020-11-12 22:13:3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삭감을 막아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막후의 예산 전쟁이 한창이다.

 

각 부 장관을 비롯한 시장과 도지사들이 대거 국회를 찾아 소속 부처와 광역·기초단체 예산이 줄어들지 못하도록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부처의 실·국장들은 의원실의 비서관들까지 만나가며 예산안 사수를 위한 육탄방어전에 나섰다.

 

예산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들이 양손에 두꺼운 서류뭉치와 각종 다과를 들고 의원실을 찾아다니는 광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로는 감액 철회 의견을 받기 전까지 퇴근도 반납한다. 다음주 시작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소위원회 심사 전까지 감액 의견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안 방어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실에서 감액 의견을 철회하면 예결위 소위원회 심사 안건에서 빠지게 된다.

이창훈 정치부 기자

예산 감액을 막으려는 행정부의 총력전은 그 방법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해당 의원과 학연이나 지연, 혈연으로 연결된 맞춤형 ‘특사’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의원의 지역구를 통한 ‘우회로’를 타고 접근하기도 한다. 우회로 공략 방식은 제법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의 예산 감액 의견 때문에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해당 의원의 지역구 이해관계자를 통해 민원을 올리기도 한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나서면 장·차관의 읍소에도 꿈쩍하지 않던 의원들의 완고한 태도가 누그러진다는 말도 들린다.

 

학연·혈연·지연, 지역구 민원도 통하지 않으면 동료 의원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상임위에서는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보는 다른 상임위원회 의원들의 민원이 집중된다. 모 의원은 동료 의원이 자신과 인연이 있는 공공기관의 예산을 삭감하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직접 전화해 철회를 부탁하기도 했다. 전화를 받은 의원은 고심 끝에 삭감 의견을 철회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 규모(555조8000억원)는 역대 최대다. 정부 예산안과 국회가 통과시킨 수정 예산안을 비교하면 평균 감액되는 규모는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하다. 감액 후 증액까지 고려하면 순감액은 더욱 적어진다. 읍소에, 민원에, 인연에 무뎌진 안일한 예산심사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납세자다.


이창훈 정치부 기자 coraz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