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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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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2 23:44:52 수정 : 2020-11-12 23: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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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학수고대하는 새가 있는데, 바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두루미들이다. 전 세계 15종의 두루미 종류 중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3종이 규칙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며 시베리아흰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및 쇠재두루미는 간헐적으로 적은 수가 도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류를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두루미류 중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하는 흑두루미는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이고 목과 머리가 흰색인데 수도복을 입은 수녀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학명을 ‘Grus monacha’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러시아, 중국, 우리나라, 일본에만 분포하는 흑두루미는 1950년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의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되는 겨울 철새였다.

그러나 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시작한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른 서식지 면적의 감소로 대부분의 흑두루미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시까지 이동하여 월동하게 되었다. 이즈미시는 매일 흑두루미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보호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 1만여 마리 이상의 흑두루미가 모이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부각되었다.

이렇게 친구 따라 멀리 일본까지 가버렸던 흑두루미 가운데 다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수가 늘고 있는데, 그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1997년에 70~8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것이 처음 알려진 이후 순천시와 시민들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지속해서 그 수가 늘었다. 지난 11월 7일에는 2590마리라는 엄청난 흑두루미 무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흑두루미와 순천만 보전뿐 아니라 생태관광을 통한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순천시의 모범적인 사례는 과거에 흑두루미가 도래하였던 낙동강 권역의 다른 지자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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