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에서 뛰어가다 미끄러져 값비싼 고려청자를 깨뜨리면, 재물손괴 행위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가요?”
과실범은 고의가 아니고 실수나 부주의로 인하여 저지르게 되는 범죄이다. 범죄는 행위자가 일부러 고의로 범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수로 또는 부주의로 인하여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형법은 규범 중에서 윤리적인 면에서 가벌성이 있는 행위를 통제하여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강력한 강제규범이다. 고의범은 사람들이 보아 윤리적으로 나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가벌성이 큰 범죄이다.
행위자가 사회일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사람의 생명 신체에 손상을 가하거나 질서유지에 크게 어긋날 경우에는 처벌함이 바람직하다.
과실범은 법률이 요구하고 있는 사회일반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주의의무를 다했는가 여부는 행위자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일반인의 주의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형법 제14조(과실)는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여, 과실범을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과실범은 예외적으로 한정된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함이 형사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사람의 생명 신체와 관련된 과실치사상죄와 질서유지에 필요한 실화죄, 과실일수죄, 과실장물죄, 과실교통방해죄 등에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두의 질문에서, 손괴죄는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형사책임은 지지 않는다. 민사책임은 과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우고 있으므로 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사회생활이 복잡해지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일반인으로 활동함에는 많은 주의가 요청된다. 더구나 운전자나 의료인 등 사람의 생명 신체와 관련한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이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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